단일주주로는 한진칼 최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는 한진가(家)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29일 “가족 간 갈등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KCGI "한진 지배구조 개선이 목표…가족 간 갈등엔 개입하지 않겠다"
KCGI 관계자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의 목표는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그것이 어떻게 풀리느냐가 관건이고, 아직 주주총회에서 어떤 의안들이 다뤄질지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의안의 내용에 따라 판단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KCGI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곧바로 손을 잡기보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 남매가 각기 어떤 안건을 들고 오느냐를 보고 찬반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2018년 말부터 한진칼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KCGI와 발을 맞춰 한진그룹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와 델타항공이 ‘한 배’를 타는 시나리오도 열려 있다. 지난 6월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을 자처하며 한진칼 지분 10% 매입을 선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여겼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델타는 최대주주인 벅셔해서웨이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끼리 분쟁을 벌이는 이상 델타항공이 어느 쪽을 지지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건설이 최근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KCGI는 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KCGI 관계자는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아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