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필드골 무실점'…속도·역동성 증가한 플레이로 기대감
'벨과 함께' 변화 가능성 본 여자축구…다음은 올림픽 도전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과의 첫걸음은 '100%'는 아니었지만, 성공적이라 할 만했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7일 막을 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1승 1무 1패로 마쳤다.

1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우리(20위)보다 높은 중국(16위)과 0-0 무승부를 거뒀고, 2차전에선 강채림(현대제철)이 벨 감독 체제 첫 골을 터뜨리는 등 멀티 골 활약을 펼치며 대만을 3-0으로 완파했다.

승점 2 차이로 뒤진 채 열린 17일 일본(10위)과의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은 역전 우승을 노렸으나 0-1로 져 일본에 이어 준우승했다.

핸드볼 반칙으로 일본에 통한의 페널티킥 골을 내주고 패배로 대회를 마쳤지만, 지소연(첼시)을 비롯한 몇몇 주축 선수 없이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일궈낸 준우승은 의미가 있었다.

부임 때부터 많은 대화와 적극적인 한국어 소통 노력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린 벨 감독은 그라운드에서도 변화를 끌어냈다.

FIFA와의 인터뷰에서 "수비 조직력이 잘 갖춰지면, 공격은 더 잘할 수 있다"는 지론을 밝히기도 한 그는 한국을 그런 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벨과 함께' 변화 가능성 본 여자축구…다음은 올림픽 도전
한국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빠르게 차단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벨 감독은 한국어로 '자신감'을 입에 달고 살며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나아진 조직력 속에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악착같은' 모습이 늘었다.

유려한 패스 플레이 등을 앞세워 1∼2차전에서 12골을 몰아쳤던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페널티킥 골을 제외하면 득점하지 못했다.

일본의 페널티킥 골은 한국의 이번 대회 유일한 실점이었다.

상대 팀이 다르긴 하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 A매치 8경기에서 내리 실점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다.

공격도 한층 속도가 높아지고 역동성이 생겼다.

여민지(수원도시공사), 손화연(화천WFC), 강채림(현대제철) 등은 쉴 새 없이 뛰며 기회를 노렸다.

세밀하지 못한 패스, 골 결정력 부족 등 아쉬움도 남았지만,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이기엔 충분했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도 눈에 띄었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 23명의 선수 중 세 번째 골키퍼인 오은아(서울시청)를 제외한 22명을 기용해 경기력을 지켜봤다.

특히 1차전과 2차전 선발 11명이 각각 완전히 다른 선수로 구성된 건 '파격'이라 할 만했다.

2∼3차전의 간격이 이틀밖에 되지 않은 만큼 일본과의 최종전에 대비한 조치이기도 했지만, 11명 전체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벨과 함께' 변화 가능성 본 여자축구…다음은 올림픽 도전
이런 과정을 통해 '누구나 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얻은 여자 대표팀은 이제 '사상 첫 올림픽 본선행'이라는 역사에 도전한다.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은 내년 2월 3∼9일 제주에서 열린다.

여기서 조 2위에 들어야 3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고,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 올림픽 본선 티켓을 잡는다.

조별리그부터 북한 등과 만나 쉽지 않다.

플레이오프의 잠재적 상대도 호주, 중국 등 만만치 않다.

대표팀은 해가 바뀌자마자 1월 9일 제주에 다시 모여 담금질에 나선다.

벨 감독은 훈련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선수들을 점검하고 정예 멤버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때부터는 맷 로스 코치도 합류해 힘을 싣는다.

EAFF E-1 챔피언십에 19세 측면 자원 추효주(울산과학대)를 뽑아 A매치에 데뷔시킨 벨 감독은 "추효주처럼 어리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더 있다"면서 비슷한 연령대 선수들을 더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추효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강지우(고려대) 등의 발탁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