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기업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1년을 보냈지만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6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2020년 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 속내가 잘 드러난다. 47.4%가 내년에 ‘긴축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상유지’는 34.1%, ‘확대경영’은 18.5%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긴축경영’ 50.3%, ‘현상유지’ 30.1%, ‘확대경영’ 19.6%로 나타난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2년 전 조사에서 ‘현상유지’가 42.5%로 가장 많았고 ‘긴축경영’은 39.5%, ‘확대경영’은 18.0%였던 것과 대비된다. 2년 연속 기업의 절반가량이 새해를 맞으며 긴축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들이 꼽고 있는 경영환경 애로 요인이다. 가장 큰 애로가 노동정책 부담(33.4%)이었고 내수 부진(29.1%), 대외 여건 불확실성(16.8%), 기업 규제 강화(10.3%) 순이었다. 정부가 ‘대외 여건 악화’를 경제난의 주요인으로 꼽는 것과 달리 잘못된 정책과 규제를 가장 큰 애로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제조업체들이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열린 송년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평가법 등에 대응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한숨 섞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부품업체의 4분의 1가량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다른 제조업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업 취업자가 통계 작성 후 최장기인 1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게 잘 말해준다. “좀 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는 한 부품사 사장의 호소를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