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언론매체 등을 통해 학교 우유급식 폐지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내 전문가들과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쟁점은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지금처럼 우유급식을 반강제적으로 하게 될까봐 걱정’이라는 것, ‘옛날에야 먹을 것이 없어 우유급식으로 영양을 보충해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주장 등이다.

■ 영양과잉 청소년, 정작 칼슘은 부족
먹을거리가 풍부해 영양 공급이 충분한 요즘 시대에도 결핍되는 영양소가 있다. 바로 ‘칼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칼슘 영양섭취기준에 미달하는 비율(2013 국민건강통계)이 81.5%로, 전체 영양소 중 부족 비율이 가장 높은 실정이다.

* 청소년 1일 영양소 섭취 부족 비율 : 인(21.3%), 철(31.1%), 비타민A(50.8%), 비타민B1(8.6%), 비타민B2(8.6%), 칼슘(81.5%)

또한 칼슘 권장 섭취량 대비 섭취율은 2005년 71.1%에서 2014년 68.7%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칼슘 섭취율이 낮거나 오히려 더 감소한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학교우유급식 실시교와 비실시교 간 큰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우유급식의 시행 목적에는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여 고른 영양섭취를 통한 신체발달 및 건강 유지‧증진에 있다.

칼슘을 일상에서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학교우유급식을 통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좋은 방법이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을 많이 섭취하는 아이들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고, 비만률 증가,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등 ‘체격은 크나, 체력은 약한’ 청소년의 건강문제 또한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영국, 일본의 우유급식 비율은 90~95% 수준이다. ’17년 기준 50.8%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유급식 비율보다 높은 상태이다. 선진국은 학교급식 메뉴에 우유를 포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이 분리되어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우유의 중요성을 높이 사는 이유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칼슘 요구량이 증가하는데, 우유에는 튼튼한 뼈를 만들고 근육 기능에 필요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원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2017년도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60% 미만으로 청소년 건강의 문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며 “살찌지 않고 키 크기를 원하는 청소년들은 매일 우유를 적어도 2잔 이상 마셔야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 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에도 우리나라에 검증되지 않은 해외 연구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표적으로 2014년 발표된 스웨덴 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2014년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칼 마이클슨 교수팀이 ‘우유를 마실 경우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국내에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흡연, 음주, 과체중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원인을 지나치게 우유 섭취라 단정 지었는데, 이는 한국인의 우유 음용 실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구 책임자인 칼 마이클슨 교수는 “하나의 연구로 우유 섭취량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다양한 추가 연구가 뒤따라야 하며, 본 연구는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스웨덴의 식습관은 한국과 다를 테고 그렇기에 우리의 연구 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1999년에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이 우유에 들어있는 성장인자 IGF-1에 대해,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암세포 등 신체에 해로운 세포까지 성장시킬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건국대학교 이홍구 교수는 “IGF-1은 혈액 내 약 100㎍ 이상이 존재하는 물질로, 우유 속에 들어있는 IGF-1의 농도는 무척 낮은 편이며, 우유로 섭취하는 양은 하루 30㎍ 정도다. 우유에는 오히려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지방산이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우유가 뼈 건강과 키 성장에 좋다고 하는 이유는 칼슘, 인, 단백질, 비타민D 등이 소아청소년기에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청소년기 건강한 뼈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품이 우유이며, 학교우유급식은 청소년기의 우유음용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적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학교우유급식 폐지’ 요구 게시글과 언론보도 등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우유급식, 완전히 자율이에요. 본인이 싫다고 폐지하자는 주장은 다른 사람이 먹을 권리까지 뺏는 거잖아요”, “먹을 사람만 신청하게 되어 있는데, 굳이 자신이 안 먹는다고 남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교사정 잘 모르시나 봐요. 먹고 싶은 사람만 다 동의 받아서 우유 신청합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