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논란에 정부 차원 사교육 단속 나섰지만 인력 태부족
'사교육 1번지' 강남·서초 학원가 5천여곳 단속인원은 5명뿐
교육당국이 입시 공정성 강화를 위해 '사교육 잡기'에 나섰지만, 현장 단속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의심된다.

최근 고액·불법 사교육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인력을 확충할 필요성도 커졌지만 당장 뾰족한 방안이 없다.

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산하 11개 지역교육지원청의 학원 지도·단속업무 담당자는 총 26명이다.

이들이 학원 1만5천161곳과 교습소 1만300곳, 개인과외교습자 2만4천76명을 모두 단속한다.

과외교습자를 빼고 학원과 교습소만 놓고 계산해도 1명이 979곳을 담당하는 셈이다.

단속인력이 부족할 때 종종 동원되는 '학원 설립 관련 행정업무' 담당자(35명)까지 더해도 1명당 단속할 학원·교습소가 417곳이나 된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릴 정도로 학원이 몰린 강남·서초구는 5명이 5천227개 학원·교습소를 단속한다.

다른 학원가인 강서·양천구는 3명이 3천352개 학원·교습소를 맡는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도 학원 단속인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도내 학원·교습소가 3만2천536곳인데 도교육청과 산하 25개 교육지원청 학원 업무 담당자는 76명이다.

단속인력과 행정·정책 담당자를 모두 더한 것으로, 1명당 학원·교습소 428곳을 맡은 꼴이다.

이처럼 학원 단속인력은 부족한데 '단속수요'는 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교육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입시학원 등 사교육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전국 258개 '입시 컨설팅 학원'을 전수 점검하고 입시·보습학원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청과 국세청도 동원되는 등 대대적 단속이 예고됐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가 결정되고 대입개편이 추진되는 등 교육정책이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 학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한 불법 사교육을 잡기 위한 단속이라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최근 '조국 사태'로 일부 계층의 사교육을 통한 '스펙 꾸미기'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이를 무마하려는 단속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특별점검'이라는 이름의 범정부 학원단속은 매년 '테마'만 달리한 채 이뤄져 왔다.

지난해에는 정보교과가 중학교 필수교과에 포함되는 것에 맞춰 코딩학원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교육정책이 바뀌면 이에 맞춘 사교육이 등장하고 과열이 되면 정부가 단속에 나서는 구조이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교육청과 시의원이 추진 중인 '학원일요일휴무제'가 실제 도입되면 단속수요가 폭증할 전망이다.

학교교과를 가르치는 학원과 개인교습자는 일요일에 반드시 쉬도록 강제하는 학원일요일휴무제가 시행되면 강력한 단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속이 없으면 일요일에 비밀리에 학원을 문 열고 비싼 학원비를 받는 '사교육 음성화·고액화'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청 학원업무 담당자는 "현재 인력은 일상적인 단속만 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라면서 "교육부에 인력증원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학원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교육부에도 과거 '학원팀'이 있었으나 없어지면서 현재 학원업무 담당자가 단 2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원 단속인력을 늘릴 방안은 각 교육청이 다른 부서 인력을 줄여 전환 배치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교육감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별 공무원 총정원을 늘려 학원 단속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행정안전부, 재정당국 등과의 협의가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