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이 인공지능(AI) 전문 고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21년부터 특성화고 10곳을 AI고·빅데이터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이 AI 관련 교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교육과정도 바꾼다. 하지만 당장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관련 교과서 제작도, 전문 교사 양성도 “내년에 하겠다”는 계획만 있어 “백년대계를 또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사도 교재도 없이 AI高 만들겠다는 서울교육청
교과서 개발은 내년 8월까지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9일 서울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AI 인재 배출을 위해 서울에 있는 특성화고 70곳 가운데 10곳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AI고와 빅데이터고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2021년 3월에 두 곳의 학교를 전환 개교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희망하는 특성화고의 신청을 받는다. 2021학년도 이후 입학하는 모든 특성화고 학생이 AI 관련 교과목을 총 51시간(3단위) 이상 이수하도록 교육과정도 손보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은 특성화고에 큰 위기이자 도약의 계기”라며 “AI 분야 특성화고 교육을 활성화해 미래 핵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기술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교육을 위한 교과서 개발조차 아직 기획단계에 머물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교육청은 2021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 교과서인 ‘인공지능과 미래사회’를 내년 8월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신입생 모집을 코앞에 두고 교과서를 내겠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또 내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2개의 교과서를 개발해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1년 만에 2개씩 교과서를 개발해 바로바로 교실에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1년이 지날 때마다 교과서를 새로 개발한다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내놓을 10여 개의 교과서를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개발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6개월 만에 AI 전문교사 양성?

서울교육청은 AI를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아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도 이날 내놨다. 우선 서울 지역 특성화고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15시간 규모의 연수를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집합연수 3시간과 원격연수 12시간으로 이뤄진다.

AI 전공과목을 가르칠 전문교사 양성은 별도의 연수로 진행된다. 서울교육청은 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oT) 등 4개 분야의 전문 교사를 내년 8월까지 분야별로 20명씩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80명의 교사는 내년에 학기 중(3~7월) 야간 연수와 방학 중(8월) 주간 연수를 통해 총 460시간의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6개월 만에 AI 등 분야별 전문 교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유성준 세종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는 “460시간의 교사 연수로는 입문자 수준의 교육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공개된 AI 툴 활용법을 학생들에게 단순히 전수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AI 알고리즘 개발법 등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사들도 반드시 산업 현장에서의 체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