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도 식단서 양파 빼기로…인도 수출 중단으로 '직격탄'
방글라데시 '양파 대란'…가격 폭등에 항공편으로 긴급 수입
방글라데시에서 양파 가격 폭등으로 민심이 들끓자 현지 정부가 항공편까지 동원해 긴급 수입에 나섰다고 데일리스타 등 현지 매체와 AF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남아시아에서는 양파 가격이 정권의 안위에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온갖 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양파의 가격이 뛰면 민심이 급격하게 이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1980년 총선과 1998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패배한 이유는 양파가격 대응 실패로 소비자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에 따르면 1㎏에 30타카(약 410원) 수준이던 현지 양파 가격은 최근 260타카(약 3천570원) 이상으로 8배가량 뛰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이에 방글라데시 당국은 이달 초 거의 15년 만에 파키스탄산 양파를 컨테이너로 수입하기로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아예 이집트 등에서 비행기로 양파를 긴급 공수하기로 했다.

그만큼 양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직접 민심 수습에 나섰다.

총리실은 AFP통신에 "하시나 총리가 식단에서 양파를 완전히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무역공사(TCB)도 양팟값에 보조금을 지급, 1㎏에 45타카(약 620원)의 가격으로 물량을 풀고 있다.

가격 할인 양파를 파는 곳에는 서로 양파를 사기 위해 수백명씩 몰려들어 다투고 있다.

주민 라탄은 "양파를 사기 위해 2시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TCB 양파를 사면 1㎏당 250타카(약 3천430원)가량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당들도 양파 관련 메뉴를 빼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야권은 양파 가격 급등 관련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까지 벌일 예정이다.

방글라데시가 이처럼 양파 가격 대란을 겪는 것은 이웃 나라 인도가 지난 9월부터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여름 양파 생산지를 덮친 폭우로 인도 내 양파 공급이 크게 줄었다며 이런 조처를 내렸다.

지난해 인도의 양파 수출량은 220만t으로, 이는 모든 아시아국가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방글라데시는 양파 수요의 3분의 2는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도에서 수입한다.

현재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스리랑카, 네팔 등도 양파 가격 급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