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4000만원을 벌었는데 기쁘지 않네요.”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던 김모 씨의 말이다.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 분양권을 4000만원에 계약했지만 이틀 만에 파기됐다. 그새 해운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까닭이다. 김씨는 계약금에다 4000만원을 추가로 얹어 돌려받았다. 그는 “매도인이 선뜻 배액배상을 하겠다고 나섰다”며 “예정에 없던 현금이 생겼지만 더 오를 거라고 봤던 아파트를 놓치게 돼 웃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규제 풀었더니…‘급 열탕’부산 부동산시장이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있다. 매매가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3년 만에 규제까지 풀린 까닭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관보를 통해 해운대구와 수영·동래구 등 3개 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고시했다. 이들 지역이 규제를 받게된 지 꼭 3년 만이다.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규제는 사라지고 세금 계산식도 변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60%에서 70%로 늘어나고 유주택자의 기존주택 매각 조건은 없어졌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최고 62%의 중과세율도 일반세율로 바뀌었다.발 빠른 투자자들의 부산행 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2년 내리 떨어진 집값이 이젠 오를 일만 남았다고 봐서다. 우동 A공인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문의전화가 급증했다”며 “급매로 나왔던 매물도 쏙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B공인 관계자는 “‘해운대SK뷰’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발표 직후 2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부산 집값은 올해 들어 주택 중위가격이 대전에 추월당할 정도로 약세를 보였다. 중위가격이란 모든 집을 가격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주택의 가격이다. 그러나 부산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마지막주 0.06% 오르면서 116주 만에 상승반전했다. 연제구와 수영구 등 인근 지역도 같은 시기 2년 넘게 이어지던 하락장을 끝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규제 해제가 너무 섣부른 게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온다.부동산시장의 선행 지표로 통하는 경매 시장 분위기는 이미 반전했다. 유찰을 거듭하던 아파트와 상가 물건이 모두 낙찰됐다. 조정대상지역 발표 하루 뒤였던 지난 7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진행된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아파트 8건과 다세대주택 3건, 상가 1건이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이 가운데 10건은 한 차례 이상 유찰됐던 물건이다. 응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전용 84㎡는 감정가를 웃도는 5억6315만원에 낙찰됐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입주량 부담…세금 사고 주의분양시장도 기지개를 펼 조짐이다. 해운대구 반여동에 들어서는 ‘센텀KCC스위첸’ 모델하우스엔 지난 주말 동안 2만명이 몰렸다. 이 단지는 해운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 고시된 8일에 맞춰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다. 절묘하게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청약통장 2년·거주 1년 요건을 갖춰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지지만 규제 해제로 청약통장 가입 6개월만 경과해도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첨자들의 대출과 세금 요건이 유리해지는 데다 전매제한도 확 줄어서다. 그간 해운대 등 조정대상지역에선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을 되팔 수 없었지만 앞으론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하다. 분양권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세도 50% 단일세율에서 보유기간별 차등 적용으로 바뀌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진다면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다만 남은 공급물량이 만만찮다. 여전히 수급 여건이 나쁠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만5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부산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에도 2만4900가구 규모를 유지할 전망이다. 2017년부터 4년 누적 10만 가구 공급이 집중되는 셈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가운데 남양주 왕숙신도시와 하남 교산신도시를 합친 규모다.공급 예비 물량도 많다. 옛 시가지에선 정비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가 집계한 재개발·재건축 추진 구역은 모두 121곳이다. 이 가운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사업 8부능선을 넘은 정비구역이 27곳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들 단지는 앞으로 5~7년 내에 입주하게 된다.집값 움직임과 별개로 규제 해제에 따른 세금 사고 가능성은 커졌다.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비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거주요건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017년 8월 2일 이후 매수한 주택은 2년 이상 거주해야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선 취득 시기나 거주 기간과 상관없이 2년 동안 보유만 하면 된다. 그러나 부산의 규제 해제 지역에서 곧바로 거주요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을 때 취득한 주택이라면 거주기간 2년을 채워야 비과세가 가능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양도세 중과세는 조정지역 해제와 동시에 사라지지만 비과세는 취득 시기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며 “예컨대 지난달 해운대의 집을 매수해 소유권이전까지 완료했다면 양도시기와 관계없이 2년 거주 후 매각해야 1주택 비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구민기 기자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정비업계에서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바로 한형기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합장님,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들어갔는데 강남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한형기 조합장어찌 됐든 워낙 급등했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보합 정도는 유지하지 않을까 합니다.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고요. 상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강남의 집값은 잡히기보단 오히려 오를 것이라고 봐요.▶구민기 기자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죠?▷한형기 조합장국토부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과거 2014년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 때 집값이 안정됐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땐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시 상한제 아파트는 3.3㎡당 2700만원대로 분양가가 이미 합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공시지가의 2.5배까지 택지비를 쳐줬고요. 지금 상한제는 반포 같은 경우도 3.3㎡당 3000만원대 얘기가 나오죠. 7년 전과 똑같은 가격이에요. 어거지로 가격을 누른다는 것입니다. 과거엔 상한제를 시행했어도 사업은 진행됐지만 지금은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공급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내년 4월까지 유예기간 동안 나오는 게 거의 다일 것입니다. 이후엔 어쩔 수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몇 개 단지만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분양하게 되겠죠. 그 외에는 아예 분양도 하지 않겠죠. 강남의 수요는 차고 넘치는데….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통매각이 화제가 됐는데, 이걸 진행하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해 보니 3000억원 정도, 조합원당 1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조합원에겐 3.3㎡ 4800만원에 분양하는데 일반분양자들에겐 3.3㎡당 3000만원대에 분양하게 되는 난센스가 일어나는 것이죠.▶구민기 기자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한형기 조합장분양가 상한제는 별 거 아니에요. 진짜로 중요한 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입니다. 제가 많은 조합들에 설명을 다니는데 소규모 단지들도 조합원당 4억원대 부담금이 나오고, 은마나 잠실5단지 등은 5억원이 넘어갑니다. 세금으로 5억 내라고 한다면 재건축 못 합니다. 은마는 서울시에서 인허가를 안 해주고 있는데, 해줘도 못 합니다.그런데 지금 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공급이 앞으론 완전히 끊기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아까 말씀드렸죠. 과거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 땐 공급이 끊기는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충분히 가격을 쳐줬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처럼 아예 묶어서 모든 단지들이 재건축을 아예 못 하게 막는다면 심각한 결과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새 아파트는.▶구민기 기자초기 단계 사업장들 말고도 사업이 중단된다는 것이죠?▷한형기 조합장신반포3차처럼 이주를 끝내고 되돌아올 수 없는 단지들이 몇 개 있어요. 둔촌주공도 마찬가지고요. 이들은 내년 4월까지는 분양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를 안 한 조합, 대치쌍용2차나 대치우성 같은 곳들은 사업중단 할 수 있는 것이죠.▶구민기 기자분양가 상한제 관련해 한형기 조합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진행 구민기 기자 촬영 조민경 인턴PD 편집 민경진 기자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등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분양을 서두르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에 ‘공사비 검증’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일정 비율 이상 공사비가 늘어난 정비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해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인 내년 4월 29일 전에 일반분양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아직 검증절차에 대한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보완 요구 등 변수까지 감안하면 상당수 사업장이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상한제 피한 줄 알았는데…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다음달 7일로 예정했던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몇 달 연기해야 할 판이다. 총회 안건에 공사비 증액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어 한국감정원 등으로부터 먼저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 등 남은 행정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사업장은 총가구 수를 926가구 늘리는 등의 설계변경을 하면서 공사비가 당초 계획보다 10%이상 늘었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거나 △공사비 증액 규모가 5% 이상(사업시행인가 이전 시공사 선정 시 10%이상)인 경우 반드시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 및 물가상승률, 품질 강화와 관련한 법 개정 등을 고려하면 전국에 있는 모든 사업장에 의무 적용 다”고 호소했다.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등을 마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사업장들이다. 총가구가 1만2000가구에 달해 ‘건국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등이다. 둔촌주공은 당초 다음달 7일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시작으로 남은 행정절차 등을 마무리하고 본공사 착공, 내년 초 일반분양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하지만 공사비 검증이 의무화되면서 석 달가량의 시간이 더 들어가게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 번만 보완 요구가 나와도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과 재검증을 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사실상 유예기간 내 분양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상가조합원 등과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가까스로 4월 안 분양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개포주공1단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조합원은 “아무런 변수 없이 일정이 진행되더라도 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공사비 검증까지 하라니 초조할 뿐”이라고 말했다.서류 준비에만 10억원 “비현실적”공사비 검증 절차를 서두르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조합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대목이다. 법은 지난달 시행됐지만 세부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15일 세부안을 공고했고 지난 5일까지 공고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받았다. 국토부는 이달 안에 세부안을 확정 공고할 계획이다.초안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제출이 불가능한 서류들이 포함돼 있고 검증기간도 지나치게 길다는 게 정비업계의 주장이다. 둔촌주공 시공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내역 입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서류를 만드는 데만 2개월이 걸리고 협력업체를 통해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약 1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며 “주 52시간 근로 시행 등 법규가 강화되면서 올라간 공사비만 해도 상당한 데 검증 과정에서 지나치게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개정안에 제출하도록 열거된 실시설계도면은 착공 직전에나 작성하고 ‘공량산출서(공정별 인원 서류)’ 등은 민간 공사비에선 아예 작성하지 않는 공공용 서류”라며 “사업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검증기간을 60일로 통일하고 보완 횟수도 한 번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공사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전문성 결여와 5000만원에 이르는 검증수수료도 문제로 꼽힌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정비임대팀장은 “수수료 부담 및 사업 지연 등으로 다수의 사업장에서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국토부 관계자는 “수주부터 한 뒤 내역도 없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관행과 이 과정에서 조합 내 갈등과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며 “제대로 된 검토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제출 서류와 기간을 제시한 것이며, 공사비 증액과 무관한 서류는 굳이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