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데닛·해리스·히친스 대담 번역한 '신 없음의 과학' 출간

과학의 이름으로 종교의 '독선과 무지'에 반기를 든 무신론자 4명이 지난 2007년 미국 워싱턴에 모여 대담을 나눈 것은 그 자체로 전 세계 지성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 등을 쓴 리처드 도킨스, '주문을 깨다'와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등의 저자 대니얼 데닛, '종교의 종말'과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와 같은 책들을 출간한 샘 해리스 등 과학자 3명과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쓴 저널리스트로 2011년 사망한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관점에서 무신론적 주제를 다룬 저술과 강연 등 활동으로 주목받았고 언론은 신약성서 요한계시록에서 인간 세상의 종말이 왔을 때 말을 타고 나타난다고 한 신비로운 존재를 본떠 이들에게 '네 기사(Four Horsemen)'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대담록에 고인이 된 히친스를 제외한 3명이 그 후 진화한 사고를 담은 에세이를 추가해 엮은 책 'Four Horsemen'이 '신 없음의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신무신론'의 네 기수 한자리에 모이다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2004년 출간)에서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2008년)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신앙이라는 '금기'에 도전하는 책을 내놓은 것은 2001년 9·11 테러가 미국의 반이슬람 그리스도교 근본주의 때문에 일어났다는 일부 지식인의 각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로 과학과 종교 양쪽에서 뜨거운 논쟁이 빚어졌고 이런 열기 속에서 대담이 이뤄졌다.

'신무신론'의 기수로 불리게 된 이들은 '정말로 우주를 만든 초자연적 창조자가 있는가', '성경이나 코란이 모든 것을 아는 자의 산물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 '종교와 과학은 겸손과 오만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른가' 등 과학과 종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담은 사회자도, 사전계획도, 미리 약속한 의제도 없이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며 '무신론'이라는 관점에서는 공통의 깃발을 치켜들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들이 다룬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겸손과 오만의 관점에서 과학과 종교가 어떻게 다른가'이다.

도킨스는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며, 증거가 확실할 때 알려진 사실을 말하는 것은 오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종교에 관해서는 "우주가 탄생한 것이 '정확히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이라고 주장한 17세기 대주교 제임스 어셔와 같이 신학자들은 마음대로 지어내고 무한해 보이는 권위로 그것을 강요하며 이슬람 신정국가에서는 지금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문과 죽음의 처벌이 따른다고 위협한다"고 신랄히 비판한다.

'신무신론'의 네 기수 한자리에 모이다
데닛은 교회가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몇 가지 역할을 인정하지만 교회의 관행과 믿음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종교적 조직에서 받은 무조건적인 환영이 없다면 인생이 황량해지고 외로워질 사람이 많다"면서 "많은 것이 적당히 있으면 심하게 해롭지 않고 지나칠 때만 해롭다.

종교도 그런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영성과 신비를 위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보는 해리스는 "내가 바라는 것은 다른 종류의 교회"라면서 "심오한 뭔가를 추구하는 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허튼소리를 전제로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무신론'의 네 기수 한자리에 모이다
히친스는 '그 누구도 교회에 가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거짓 위안이 없으면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살 거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으로 내게 고통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무신론적 관점에 흥미를 가진 독자라면 '전투적 무신론자' 도킨스, '전략적 무신론자' 데닛, '직설적 무신론자' 해리스, '성역파괴 무신론자' 히친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신무신론'의 네 기수 한자리에 모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모든 현상은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이 책의 해제에서 "감히 무신론 혁명을 촉발한 2007년 '네 기사'의 대화는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면서 "그때 이후로 무신론은 미국 사회에서 더는 커밍아웃해야 할 수줍은 신념이 아니다"라고 이들이 나눈 대담의 의미를 평가했다.

'신무신론'의 네 기수 한자리에 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