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오는 12월12일 조기총선을 실시한다.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향방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12월12일 총선을 개최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단축법안’(short bill)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보리스 존슨 총리가 상정한 조기총선 동의안은 네 번째만에 하원을 통과하게 됐다.

앞서 전날 존슨 총리는 고정임기의회법에 따라 조기총선 동의안을 상정했다. 표결 결과 찬성 299표, 반대 70표로 통과에 필요한 하원 전체의석의 3분의 2(434석)를 얻는 데 실패했다. 제 1야당인 노동당이 표결에 대거 기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조기총선 개최를 위해 사실상 우회법안인 단축법안을 이날 재상정했다. 고정임기의회법에 따른 조기총선 동의안과 달리 단축법안은 하원에서 과반 지지를 얻으면 통과하게 된다. 제 2야당과 3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과 자민당이 총선 날짜를 바꾼다는 전제로 조기총선에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이날 조기총선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말로 연기함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BBC에 따르면 이날 법안 통과로 영국은 1923년 이후 96년 만에 처음으로 12월에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당초 2017년 조기총선을 실시했던 영국의 다음 총선은 2022년 열릴 예정이었다.

하원은 이날 정부의 단축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총선 개최일을 12월 9일로 앞당기는 내용의 야당 수정안에 대해서도 표결을 실시했다. 이 수정안은 코빈 대표가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찬성 295표, 반대 315표로 부결됐다.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은 12월 12일 총선을 실시하면 학기가 끝난 대학생 등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총선일을 앞당기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영국 대학생들은 전통적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을 선호한다.

하원을 통과한 조기총선 실시 법안은 다음달 6일 상원 동의를 얻으면 최종 확정된다. 상원 동의 후 의회는 해산한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