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말로는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절대 안 내려놓겠다는 행태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100만 조합원을 자랑하며 요구사항 관철에 혈안일 뿐, 대화·타협·양보 등 사회적 책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듯하다. 그런 민노총의 속내가 광주, 군산 등 지역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새삼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을 찾아 큰 기대와 감사를 표했지만 민노총은 즉각 반대 성명을 냈다. 군산형 일자리는 군산·새만금 산업단지에 전기차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대신 노조도 양보해 2022년까지 1900여 개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최선의 방안은 못된다. 그래도 지난해 5월 한국GM 철수로 2800여 개 일자리가 사라진 군산에는 ‘한 줄기 희망’이라 할 수 있다. 민노총과 한국노총 군산지부까지 선뜻 상생협약에 서명한 이유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군산형 일자리가 기업 유치 조건으로 5년간 노사 갈등 시 중재위원회 조정을 따르는 것 등을 문제 삼아 ‘노동기본권 무력화’라고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임금·단체협상권을 일시 자제한다는 협약의 진정성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절절한 지역 사정’을 고려해 단독 참여한 군산지부를 징계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노동법에 명시된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보다 더 중요한 게 헌법 32조의 ‘누구나 일할 권리’다. 군산에 당장 급한 게 파업권인가, 일자리인가. 노사민정(勞使民政)이 뜻을 모아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노력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어깃장을 놓는 게 민노총이 지향하는 노동운동인지 묻고 싶다.

현 정부에서 민노총만큼 혜택을 입은 집단도 없을 것이다. ‘촛불 지분’을 내세워 무리한 요구를 내놔도 대부분 관철됐다. 고연봉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되고, 주 52시간 근로제는 임금 삭감 없이 시행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으로 노조 파워는 더 세질 판이다. 게다가 공공기관 성과급제를 호봉제로 되돌렸고, 직무급제 도입 공약은 흐지부지됐으며, 정년 추가 연장까지 추진되고 있는 판이다.

이렇게 민노총이 자기 몫을 알뜰히 챙기는 동안 양극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콘크리트처럼 굳어지고 있다. 대기업 강성노조의 강력한 교섭력에 비례해 중소기업 근로자 몫이 줄고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는 구조다. ‘노노(勞勞) 착취’나 다름없고, 취업준비생들은 아예 넘볼 수도 없는 계급구조와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사회적 타협을 위해 양보가 필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온갖 핑계로 빠져나가는 게 습관이 됐다.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다는 식이다.

‘1%대 저성장’이 현실이 돼 가고, 세금으로 만든 가짜 일자리 외에는 청년들이 갈 곳이 없다. 세상이 다 변해 가는데 민노총의 ‘완력’ 자랑과 투쟁 본색은 그대로다. 민노총이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노동운동도 있다”는 노동계 선배들의 충고를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기득권을 절대 안 내놓겠다”고 선언이라도 하는 게 솔직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