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산업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22일 발간한 ‘글로벌 뱅킹 연차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맥킨지는 세계 은행 세 곳 중 한 곳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은행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디지털을 무기로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매섭게 질주하고 있어서다.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595개 은행의 약 60%가 자기자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대출 성장률은 4.4%로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5.9%)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은행권의 중요 수익원인 대출자산이 GDP만큼 늘어나지 않는 것은 은행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얘기”라며 “마지막 정차역에 와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은행권의 매출 증가율도 2002~2007년 16.8%에서 2010~2018년 3.6%로 급격히 줄었다. 현금창출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평균 유형자기자본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16.9%에서 10.5%로 쪼그라들었다.

은행산업이 정체된 중요 요인으로는 디지털 뱅킹의 등장을 꼽았다. 핀테크 업체가 예금과 송금, 투자관리 등에 뛰어들면서 전통적인 은행의 고객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채널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은행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상위 은행의 40%는 다음 경기 사이클에 하위 50%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키라 바루아 맥킨지 런던사무소 파트너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는 순간”이라며 “혁신을 꾀하지 않는 은행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조이딥 센굽타 맥킨지 싱가포르사무소 시니어파트너도 “은행들이 사업 모델을 다시 설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