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기업 성향의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제치고 ‘페로니즘’을 내세운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의 집권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IMF "아르헨티나 채권 투자자 큰 손실 각오하라"
페로니즘은 1946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 두아르테가 10여 년간 펼친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아르헨티나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인 더 이상 지원해주기 힘들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페르난데스 후보와 대선캠프 경제자문관들은 미국 워싱턴DC에서 IMF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경제 전망과 구제금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IMF 측은 “아르헨티나 채권 투자자들이 가파른 손실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IMF는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에 560억달러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 중 440억달러를 이미 지급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에 이 부채의 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IMF에 추가 금융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총 외채는 2800억달러를 웃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 가운데 1010억달러의 상환을 미루겠다고 지난 8월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IMF는 아르헨티나가 일단 정부부채 비율을 낮추는 등 변화를 보여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신임 IMF 총재는 자금 지원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MF의 추가 지원과 상환 만기 연장 여부는 새로 집권할 아르헨티나 정부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페르난데스 후보는 복지 확대, 긴축 폐기 등을 포함한 페로니즘으로의 복귀를 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아르헨티나 경제의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우려는 환율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급등(페소화 가치 하락)하며 21일 달러당 58페소를 웃돌았다. 지난 8월 11일 아르헨티나 예비선거에서 좌파 정권의 집권이 예상되자 이후 페소 환율은 30% 뛰었다. 아르헨티나 증시 메르발지수도 예비선거 전과 비교하면 25%가량 떨어졌다.

FT는 위기감을 느낀 아르헨티나의 채권 투자자 중 일부가 페르난데스 후보 측과 면담하고 부채 만기 연장 등을 IMF에 요청하라는 압박을 했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