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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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이달부터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0%인상했습니다. 1989년 소비세 제도 도입 이후 세율을 인상했을 때마다 정권을 상실하거나 정부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까닭에 일본 언론이 ‘귀신이 나오는 문(鬼門: 꺼리고 피해야 할 것)’으로 불리던 ‘금단의 문’이 또다시 활짝 열린 것입니다. 2%포인트의 세율 인상분은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본 내 일반인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상당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일본에선 소비세율이 오르기 전에 미리 물건을 사자는 분위기가 적잖게 퍼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올 9월 갑작스런 ‘수요 급증’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대략적인 통계치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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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 9월 각종 소비가 갑작스러게 늘어난 점이 각종 지표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일본 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9월 국내 신차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차량 판매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2.9% 증가한 54만8209대에 달했다고 합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12.8% 증가했고, 경차는 13.2% 증가했습니다.

7월 차량 판매증가율이 4%였던 것을 고려하면 9월 판매가 급증한 것입니다. 가격이 비싼 자동차의 경우,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서둘러 구매한 사람이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높였을 때에 비하면 사전구매 열기는 크게 낮아졌다는 설명입니다. 2014년 소비세율 인상 전에는 2013년 가을 경부터 자동차 구매가 늘어났고 2014년에 접어들어선 세율 인상 전까지 매달 전년 동기 대비 20~30%를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했었습니다. 이어 소비세율 인상 후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었습니다. 당시 일본 경제는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2013년 2.0%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4년 0.4%로 곤두박질치기도 했습니다.

주요 백화점들도 소비세율 인상에 앞서 매출이 늘었습니다. 다카시마야, 미쓰코시이세탄 등 일본 주요 4개 백화점의 9월 매출(잠정치)는 각사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0~30%가량 웃돌았습니다. 특히 고가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다카시마야백화점의 경우, 보석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8배 증가했습니다. 시계 판매도 2.3배가 늘어나는 등 막판 대목을 경험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사치품의 경우도 5년 전의 증세 때와 같은 사재기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앞서 일본 대형 가전양판점인 요도바시카메라는 9월에 55인치 이상 대형TV는 전년 동기 대비 2.4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세 배, 에어컨은 두 배, 드럼세탁기와 대형 냉장고는 80%가량 판매가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의 관심은 이제 소비세율 인상 후 대폭적인 소비감소가 발생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때마침 어제 일본 대형 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短觀)지수가 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해 사회 전반적인 불안도 커진 상태입니다. 일본인들이 과연 향후 경기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지갑을 더 닫을지, 아니면 과거의 증세 사례와는 다르게 큰 사회적 혼란·불만이 표출되지 않은 채 넘어갈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