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카메라 스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구글 픽셀4(추정),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플러스, 애플 아이폰11프로 카메라 모습. /사진=GENK, 삼성전자 US 홈페이지,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카메라 스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구글 픽셀4(추정),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플러스, 애플 아이폰11프로 카메라 모습. /사진=GENK, 삼성전자 US 홈페이지,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삼성전자·화웨이에 이어 구글도 이달 출시할 스마트폰에 멀티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프리미엄폰 카메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트렌드가 문자·통화 등 개인 통신 기기 역할에서 보고 듣고 연결하는 것을 중시하는 멀티미디어 사회화 기기로 변하면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카메라 스펙이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이벤트를 열고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4' 시리즈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 등에 따르면 픽셀4는 시리즈 처음으로 멀티카메라가 탑재될 전망. 전작인 픽셀3에는 후면에 카메라가 1개만 적용됐다. 전작 대비 카메라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픽셀4는 후면에 초광각·광각·망원 카메라가 탑재되고 아직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3차 센서도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에는 사용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솔리(Soli) 동작센서와 3D 깊이를 측정하는 거리측정(ToF) 센서를 내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DSLR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카메라 소프트웨어와 20배 줌이 더해질 것이란 소문도 나오고 있다.

카메라에 공을 들이는 건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공통된 행보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 최신작인 아이폰11 시리즈 3종을 발표하면서 카메라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아이폰11 시리즈는 애플 제품 최초로 스마트폰 뒷면 정사각형 모듈 안에 카메라 렌즈 3개를 넣었다.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해 피사체를 더 넓은 범위에서 찍을 수 있도록 했고,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야간촬영 모드도 개선했다. 전면에는 1200만 화소로 4K급 동영상과 슬로우 모션 비디오 촬영도 할 수 있게 했다.

아이폰11 시리즈에는 빠른 안면 인식과 전면 카메라를 이용한 슬로우 셀피 촬영 기능도 포함됐다. 스스로 학습해 성능을 강화하는 '머신 러닝' 원리를 적용해 셔터 조작 한 번으로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한 후 이를 합성, 사진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딥 퓨전' 기술도 추가됐다.

애플은 지난달 10일 아이폰11 시리즈 발표 행사 '스페셜 이벤트 2019' 행사에서 대폭 강화된 카메라 기능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카메라 스펙 경쟁을 주도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노트10' 시리즈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기본으로 넣었다.

갤럭시노트10은 1000만 화소 전면 카메라와 함께 후면에 16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듀얼 조리개를 지원하는 듀얼 픽셀 1200만 화소 카메라·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1600만 화소·123도 화각의 초광각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시야각을 촬영할 수 있으며, 광학 2배줌이 가능한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로 멀리 있는 피사체도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1200만 화소 슈퍼 스피드 듀얼 픽셀 카메라는 F1.5렌즈와 F2.4렌즈의 '듀얼 조리개'를 탑재해 사람의 눈처럼 빛의 양을 스스로 조절해 저조도 화면에서도 밝고 선명한 촬영이 가능해졌다.

상위 모델인 갤럭시노트10 플러스에는 트리플 카메라와 더불어 후면에 '뎁스 비전 카메라'를 추가로 탑재했다. ToF 기능을 사용하는 뎁스 비전 카메라는 스마트폰만으로도 3D 스캔과 카메라 속 피사체의 거리 및 길이 측정을 가능케 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에 이어 구글 픽셀4도 ToF 기능을 사용하는 뎁스 비전 카메라를 달고 나올 것으로 보여 향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카메라 경쟁이 3D나 증강현실 쪽으로 번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아예 카메라에 '올인'하는 전략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화웨이는 최신 플래그십 모델인 '메이트30'에 디지털 카메라 및 전문 영상 촬영 카메라 수준의 기계 성능을 갖춘 부품을 넣었다.
화웨이 메이트30
화웨이 메이트30
우선 후면에는 카메라 4개(쿼드러플)를 달았다. 4개의 카메라는 각각 △1/1.7인치 4000만화소 17㎜ F1.8 초광각 카메라 △1/1.7인치 4000만화소 27㎜ F1.6 광각 카메라 △800만화소 80㎜ F2.4 광학 3배줌 카메라 △심도 카메라로 구성됐다.

상위 모델인 메이트30프로는 17~80㎜ 줌을 사용할 수 있다. 메인 카메라의 최대 감도는 ISO 204800에 달한다. 앞면 셀피 카메라는 3200만화소다. 3D 얼굴인식 잠금해제도 가능하다.

영상촬영 기능도 우수하다. 4K UHD 해상도 영상을 60p로 찍을 수 있다. 풀 HD 해상도 960fps 슬로 비디오 외에 HD 해상도에서는 7680fps 슬로 비디오도 지원한다. 영상 촬영 중에도 배경만 흐리게 표현하는 기능을 넣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근 소비자 마케팅 타깃으로 메모리(램)·중앙처리장치(CPU) 등 '속도 스펙'보다 '카메라 스펙'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과거보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도 반영한 움직임이다.

애플은 최근 몇 년 간 디자인이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보다는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해왔다.
애플은 최근 몇 년 간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애플 아이폰의 '인물 모드'를 부각시키는 광고 동영상.
애플은 최근 몇 년 간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애플 아이폰의 '인물 모드'를 부각시키는 광고 동영상.
오포, 비보 등 중국 후발 업체들은 아예 다른 스펙을 포기하는 대신 중화권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셀카'를 많이 찍는 데 착안해 셀카 특화폰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전면 카메라 스펙을 대폭 높이는 대신 다른 부품 성능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스마트폰 만족도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구매한 스마트폰 만족도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처리 속도나 디자인보다 카메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