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관용" 호소했다가 중국 정부와 대립각
中 관영매체 비난받은 재벌 피터 우도 베이징행 거부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 中 국경절 기념식 초청 거절"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이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식 초청을 거절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전날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정계, 관계, 법조계, 교육계, 체육계 등 각계 인사 240명으로 이뤄진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국경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 대표단에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이 빠졌으며, 이는 리카싱이 91살이라는 고령을 이유로 초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SCMP는 전했다.

다만 그의 아들 빅터 리는 대표단에 포함됐다.

리카싱의 초청 거절은 최근 그가 중국 중앙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카싱은 최근 홍콩 시위에 대해 "젊은이들은 대국적 관점에서 생각하기를 바라며, 정부도 미래의 주인공에 대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

시위대의 폭력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다른 홍콩 재벌과 달리 시위대에 대한 관용을 호소하자 중국 본토에서는 즉각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사법 분야를 총괄하는 당 중앙정법위원회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범법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범죄를 용인하는 것일 뿐"이라며 리카싱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에 리카싱은 성명을 통해 "수년간 부당한 비난에 익숙해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이 범죄 방조나 법적 절차에 대한 무시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응수했다.

지난달 리카싱은 홍콩 일간지에 폭력 중단을 호소하는 광고를 냈는데, 이로 인해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광고 주요 문구의 끝 글자를 모으면 '홍콩 사태의 원인과 결과는 중국에 있으니 홍콩의 자치를 용인하라'(因果由國, 容港治己)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 돼 그가 은연 중에 중국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리카싱과 함께 피터 우 워프(九龍倉)그룹 전 회장도 사적인 이유를 들어 초청을 거절했다고 SCMP는 전했다.

최근 그가 소유한 침사추이 하버시티 쇼핑몰이 범죄가 발생한 경우 외에는 경찰의 쇼핑몰 진입을 금지한다는 공고를 했는데, 이를 두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 편집장 후시진은 "시위대에 굽실거리는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후시진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하버시티를 폭도들에 굴복하는 무법천지로 만들 것이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홍콩 재벌들은 중국 중앙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중국 관영 매체들이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에는 홍콩 부동산 재벌의 탐욕으로 인한 주택난이 자리 잡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관계가 서먹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