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가가치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30일 2020년 예산안 협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청구서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현행 10%에서 5%로, 파스타 빵 우유 등 필수 식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는 4%에서 1%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부가가치세는 최대 22%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정부는 당초 EU의 재정적자 규제를 지키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내년부터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손잡은 새 연정은 장기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부가가치세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이탈리아는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1%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탈세를 최대한 억제해 세수를 유지하고 재정 압박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금 대신 신용·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해 탈세와 세금 축소 신고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콘테 총리는 “부가가치세 인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230억유로(약 30조원)의 대체 세수를 확보했다”며 “아직 자금이 조금 부족하지만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부채비율이 높은 이탈리아에 재정 긴축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국내총생산(GDP)의 2% 안팎으로 재정적자를 유지하라고 이탈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정치권과 협의를 거쳐 10월 15일까지 2020년 예산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EU와의 협상을 통해 연말께 최종 예산안을 확정하게 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