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7 수송기 승무원들, 스코틀랜드 트럼프 리조트에서 숙식, 美의회 조사
美공군, 軍기지 놔두고 트럼프 골프장 근처 공항에 기착한 까닭
미국 공군 주방위군 소속 수송기 'C-17'은 지난 3월 보급품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과 쿠웨이트를 오가는 '통상적인' 비행을 했다.

그러나 통상적이지 않은 것은 급유와 숙식을 위해 기착한 곳이 독일이나 스페인에 있는 미군 기지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프레스트윅 공항이었다는 점이다.

7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당시 C-17에 탑승한 5명의 승무원은 이 공항에 내려 기름을 넣고, 공항에서 30마일(약 48㎞)이나 떨어진 해변 휴양시설 턴베리 골프리조트에서 잠을 잤다.

여태껏 수십번의 중동 비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C-17 수송기는 독일에 있는 람스타인 공군기지와 스페인 소재 로타 해군기지에 착륙해 급유했고, 가끔 이탈리아 내 미군기지를 이용했다고 한다.

한 승무원은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호텔 선택에 '충격'을 받아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진을 보내면서 자신의 수당이 호화 리조트에서 식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고급 호텔을 갖춘 턴베리 골프리조트는 2014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해서 운영하는 곳이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상 이득을 봤는지, 즉 '이익 충돌' 위반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는 C-17 수송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 중동을 오가는 도중에 호화 리조트에서 특이한 체류를 한 이유에 대한 조사를 지난 4월 착수했다.

정부감독위는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턴베리 골프 리조트 주변에서 미군이 지출한 급유·숙식비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 국방부로부터 어떠한 대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감독위는 2017년 10월부터 미국이 프레스트윅 공항에서 연료를 구매하는 데만 1천100만 달러(약 132억원)를 쓴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월 "국방부 물류국이 임무 수행 중 급유를 목적으로 기착하는 방식으로 프레스트윅 공항의 수입 증대에 도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프레스트윅 공항은 미군 병사들을 위해 턴베리 리조트 이용시 객실료를 할인해주고 무료 골프 라운딩을 제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턴베리 골프장을 인수한 뒤, 골프장 운영에 도움을 받고자 프레스트윅 공항에 더 많은 항공편이 투입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턴베리 리조트가 2017년 450만 달러 적자에서 2018년 3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선 것에는 군 당국이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미 공군은 폴리티코 보도가 나온 뒤 성명을 내고 "국방부 여행 시스템을 통해 예약했으며 승무원의 허용 가능한 호텔 요금 내에서 비행장에 가장 가깝고 비용이 적게 드는 숙소를 이용했다"며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프레스트윅 공항 주변에는 24개 이상의 호텔이 있지만 당시 턴베리가 가장 저렴해 수당 이하 가격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직자가 호텔, 골프장, 와이너리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자산에서 머물며 돈을 쓰는 것이 대통령의 사익 추구를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끊임없는 지적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달 아일랜드 공식 방문 당시 일정이 있는 수도 더블린에서 자동차로 291㎞(181마일)이나 떨어진 둔버그에 있는 트럼프 소유 골프 클럽에 묵어 논란을 낳았다.

또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워싱턴DC에 있는 도널드 인터내셔널 호텔과 2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연말 파티를 예약한 것으로 확인돼 "자신의 보스에게 연말 선물을 계획하고 있다"(WP)는 비아냥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열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