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저금리 추세 속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는 채권 잔액이 약 17조 달러(약 2경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인 채권은 올해 초와 비교해 2배 규모인 약 17조 달러로, 전체 발행 잔액의 25% 수준이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애초 투자액보다 만기에 마이너스 비율만큼 적게 돌려받는다는 의미로, 사실상 돈을 빌려주는 쪽이 금리를 부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세계 금융위기 후인 2008년 12월 미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권에 진입했고, 2012년 이후 유럽과 일본에서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확산하면서 채권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채권 25%, 마이너스 금리권 진입"[닛케이]
스위스에서는 만기까지 45년 남은 국채 수익률도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덴마크에서는 국내 3위권인 유스케은행이 지난 8월 잔고 750만 크로네(약 13억4천700만원)를 초과하는 고액 계좌에 연 0.6%의 수수료(마이너스금리)를 받기로 함으로써 예금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열렸다.

이 은행은 아울러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 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수수료 부과로 실질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드는 은행이 늘면서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라프 숄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 8월 예금의 마이너스 금리를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독일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되면 저축한 돈에서 생기는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가계를 압박해 경기하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를 계속 낮추면 어디선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른바 '리버설(易) 금리론'이다.

닛케이는 그런 사례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때문에 독일 은행들이 지난해 전년도 이익의 10%에 해당하는 23억 유로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지불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 은행주 시가총액은 현재 6조8천억 달러에 그치는 등 실적 악화가 우려됐던 2018년 초보다도 20% 쪼그라든 상태다.

이 신문은 "마이너스금리 상태에선 사람들이 현금에 집착하고 수익 악화로 고민하는 금융기관은 대출을 줄여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이 빠진 함정을 반복하는 '일본화'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경기가 비교적 견조한 미국에서도 10년 국채 수익률은 1.5%대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