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장기화 대비 '경제총력' 세부 입법 가능성…새 대외전략 있을지도 주목

남쪽의 국회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에 어떤 내용이 논의할지 주목된다.

특히 한반도 정세 교착과 제재 '장기전' 속에서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오는 29일 최고인민회의를 다시 소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에 이목이 쏠린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과 법률 개정을 비롯해 주요 국가기구 인사, 국가정책 기본원칙 수립 및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11∼12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개최, '김정은 2기' 체제의 법적·인적 기반을 다지는 헌법 개정과 인사를 단행했다.

회의 2일 차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시정연설을 통해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대내외 정책 기조를 밝히는 등 사실상 굵직한 현안이 대부분 다뤄졌다.

최고인민회의가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과 2014년으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관련 등 모두 대내용 안건을 다뤘다.

2014년 회의 때는 김정은 위원장도 불참했다.

올해 두 번째 최고인민회의 소집한 北…정세교착 돌파구 나올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에서 2∼3주 내 비핵화 실무협상에 합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에 본격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지난 24일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등을 포함해 이달 들어 5번째, 올해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9번째에 걸쳐 신형 무기체제의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래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흐름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한번 입을 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셈법을 비난하며 새 해법을 갖고 나와야 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올해 두 번째 최고인민회의 소집한 北…정세교착 돌파구 나올까
더욱이 이런 연장선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시험 무기 완성 등 국방력 강화성과를 선전하며 지난해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불거진 북한 내부의 안보 우려를 불식하고 결속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27일 조선중앙방송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하게 진행된 지난 24일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별도로 소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재확립하는 차원의 입법 조치가 나오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1기의 경제총력 노선을 집대성한 '2016∼2020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내년 종료 시한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당시 개정 헌법에 경제관리에서 내각의 역할을 강조하고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국가의 경제관리 방법'(제33조)으로 명시하는 등 이른바 '북한판 경제개혁' 조치의 가속화를 예고했다.

오는 14기 2차 회의에서 이와 관련 후속 입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은 정권이 경제개혁 조치의 첨병으로 여기는 과학기술 및 교육 체계 발전 구상을 뒷받침하는 세부 입법 논의가 예상된다.

공식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관련 추가 인사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회와 내각, 최고인민회의 등 주요 권력기관의 인사에서 '세대교체'에 비견되는 큰 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는데, 조평통은 거론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와 관련 "최근 공개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거취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조평통에 새 진용이 짜인다면 북미대화 이후의 남북관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