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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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으로 신규 취항하는 항공편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다음달부터 중국 장자제와 옌지, 하얼빈 등에 취항하려던 한국 항공사들의 운항도 취소됐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일본 여행객 감소로 타격을 입은 한국 항공업계에 또 악재가 덮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민항총국은 오는 10월 10일까지 신규·임시·부정기편의 운항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지난 13일 국내외 항공사에 기습 통보했다. 민항총국은 신규 운항 불허 이유로 “최근 증량 운항편에 대해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운항 신청 접수를 중지한다”고만 밝혔다.

국가 간 합의를 거친 항공 노선 신·증설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조치에 대해 항공업계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반중 시위대의 홍콩국제공항 점거 사태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한·중 항공회담에서 인천~장자제 등 9개 노선 신설에 합의했다. 정부는 5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등 7개 국적 여객 항공사에 이들 신규 노선 운수권을 배분했다. 다음달 1일부터 장자제와 옌지, 하얼빈 등 노선에 취항하기로 하고 항공권을 판매한 국내 항공사들은 환불 절차에 들어갔다.

'3重苦'에 中 규제까지…항공업계 '날벼락'

中, 새로 뚫린 하늘길 돌연 운항금지…항공사들, 장자제行 등 환불
저비용항공사(LCC)발(發) 공급 과잉과 원·달러 환율 상승, 일본 여행 불매 운동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 늪에 빠진 항공업계가 중국의 하늘길 규제까지 겹쳐 ‘4중고(重苦)’를 겪고 있다. 중국 항공당국이 신규 노선 취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 수요 감소에 따른 대체 노선으로 떠오르던 신규 중국 노선 취항이 미뤄지면서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 항공사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당장 다음달부터 취항할 예정이던 장자제와 옌지, 하얼빈 노선 운항이 취소됐다. 대협곡으로 널리 알려진 장자제와 백두산 관광의 거점인 옌지 등은 한국인 관광객 수요가 많은 곳이다. 신규 노선 취항 계획을 항공사별로 보면 제주항공이 주12회로 가장 많다. 이어 이스타항공(주7회), 티웨이항공(주6회) 순이다.

이들 노선은 지난 3월 한·중 항공회담을 거쳐 정부가 5월 7개 국적 여객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에 운수권을 배분한 곳이다. 중국의 신규 노선 운항 신청 금지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취항하는 모든 해외 항공사에 적용되는 조치로, 중국 정부 차원의 결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중(反中) 시위대의 홍콩 국제공항 점거 사태가 항공 노선 확대 불허 방침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노선 운항 중단으로 남게 된 항공기를 중국 노선에 투입하려던 항공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LCC 영업담당 임원은 “대만 및 동남아 지역 오픈스카이(국가 간 항공회담 없이 자유롭게 운항이 가능한 지역)를 중심으로 대타 노선을 찾고 있다”며 “소형 항공기론 5시간 이내 노선만 운항이 가능해 마땅한 노선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적자 공포에 휩싸였다.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항공유·리스비용이 급증하면서 올 2분기(4~6월) 주요 항공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LCC 1위인 제주항공은 2분기에 각각 1015억원과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