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편의점이 쏜 희망
담뱃가게를 넘어 도시락카페와 음식·세탁물 배달, 항공권과 외화 결제, 종합 물류 시스템을 접목한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한때 과당경쟁의 상징이었던 편의점이 복합 생활 서비스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접 출점 제한, 유통업 부진의 악재를 딛고 매출도 늘리고 있다.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1인가구의 증가에 맞춰 즉석·간편식 같은 특화상품을 늘리고 은행·빨래방 등을 연결한 복합점포화로 경쟁력을 키운 결과라고 분석한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거나 인접 점포를 확보해 매장을 넓힌 이른바 ‘광개토 전략’도 한몫했다고 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푸드 특화 매장’이다. 세븐일레븐의 ‘푸드 드림’ 등 각 업체의 신선식품, 샌드위치, 즉석 튀김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치킨꼬치·닭다리·컵치킨 등 ‘치킨 시리즈’가 가세했다. 지난해 치킨 판매를 시작한 GS25는 먹거리 특화 덕분에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4.4% 늘었다. 이마트24는 ‘주류 카테고리’에 집중해 와인, 수입맥주 등 120여 개 품목을 갖춘 매장을 연말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복합 비즈니스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CU는 이달 들어 세탁 스타트업과 손잡고 세탁물 수거·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365일 24시간 접수한 빨래를 세탁해 집이나 지정한 주소로 배달해준다. 음식 배달과 공유차량·대리운전 이용, 중고휴대전화 판매사업은 이미 겸하고 있다.

해외여행 후 남은 돈을 활용할 수 있는 GS25의 외화 결제 서비스, 온라인 예약 항공권을 결제하는 세븐일레븐의 항공권 결제도 특화상품이다. 추석을 앞둔 지난주에는 대형 TV 등 가전제품과 순금 액세서리 같은 명절 선물까지 선보였다. 앞으로 로봇이 결제하는 무인 편의점과 헬스장·노래방을 합친 힐링 편의점 등이 늘어날 전망이다.

남은 과제도 있다. 즉석식품의 위생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전국 매장이 4만 개에 이르는 포화상태인 만큼 ‘본사만 웃고 가맹점은 운다’는 불만도 해소해야 한다. 1927년 미국에서 탄생한 편의점이 한국에 들어온 게 1989년이었으니 벌써 30돌이다. 편의점과 인터넷은행을 결합해 신개념 금융 비즈니스를 펼치는 일본처럼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