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시장, 세계 최악으로 전락.” 지난 6일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면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내린 평가다. 이전까지는 말레이시아 증시가 최악이었지만 이제 한국이 그런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그 이유로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꼽았다.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중·일 의존도가 과도한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이 최대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것은 한·중·일 교역구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546억달러는 전체 수입의 10.2%에 해당한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1621억달러는 전체 수출의 26.8%에 달한다. 비중도 비중이지만 그 내용을 파고들어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546억달러 중 53%인 288억달러가 소재·부품이다. 중국으로 수출한 1621억달러 중 79%인 1282억달러는 중간재다. 그리고 중국은 이를 토대로 미국 등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분업구조다. 여기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 수입이 막히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완제품 수출이 어려워지면 한국의 중간재는 앞뒤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 간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리적 요인을 모르는 바 아니다. 더구나 일본의 높은 기술력, 중국의 거대한 시장 등을 생각하면 한국의 중·일 의존도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이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중·일 밸류체인의 취약성이 확인된 이상, 지금과 같은 분업 형태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하루아침에 주변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분업구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재·부품 국산화와 제조업 구조 고도화를 서두른다지만 이 역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것만으로 의존도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력한 대안은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바이오헬스는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신사업, 공유경제, 디지털 콘텐츠 등 중국·일본에 대한 의존 없이 키울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이런 산업은 지리적 요인의 구속도 덜해 동북아를 벗어나 신시장 개척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미국 등 원거리 국가와의 기술협력도 용이하다. 한국이 지금의 주력산업을 넘어 새로운 수출판을 짜기 위해서도 신산업 개척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신산업에 자유롭게 진입하고 사업을 맘껏 벌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돼 있느냐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신산업을 밀어주고 있는데 한국은 되는 산산업보다 안 되는 신산업이 훨씬 더 많은 실정이다. 정부와 국회가 신신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혁파에 과감하게 나선다면 중국·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확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앞서 나갈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