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노동·환경·공정거래 분야에서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관련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재량근로제 활용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또 기술개발 등 꼭 필요한 경우에는 환경규제 관련 절차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수입이 막힌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핵심 소재·부품을 조달해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도와 엄격한 환경 규제가 기업은 물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역시 기업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들 분야 규제완화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찔끔’ 조치로 소재·부품 국산화가 앞당겨지고 경제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지난달부터 허용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 6일까지 신청 기업이 전혀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품·소재 관련 R&D에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대기업은 노조의 반발 등을 감안해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데다 몇 개 품목에만 국한한 즉흥적 규제완화로는 업계의 호응도, 효과도 얻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시장 안정차원에서 검토 중이라는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와 공매도 규제강화 대책도 다를 게 없다.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나오는 ‘재탕’ 대책이다. 효과 역시 분명치 않다. 큰 고민 없이 타성적으로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정 분야의 한시적 예외나 시행 연기를 넘어 경직적인 노동 및 환경 규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간섭과 처벌 위주인 기업 및 금융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경제전쟁의 첨병인 기업이 눈치보지 않고 앞장서 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분야에서 극일(克日)이 가능하고 경제 활력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