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잘나갔던 중소형주 펀드가 하반기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만에 5% 넘게 손실을 보면서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펀드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일부 상품은 연초 이후 10% 넘는 고수익을 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잘나가던 중소형주 펀드 어쩌다가…한 달새 5% 손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3개 국내 주식형 중소형주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0.96%(지난 16일 기준)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1.41%)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한 달 새 손실률이 5.19%에 달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중소형FOCUS(-0.28%)’ ‘신영마라톤중소형(-0.56%)’ ‘NH아문디올셋성장중소형(-4.87%)’ 등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유명 대형 펀드들의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소형주 펀드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중소형주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6.78%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4.49%)을 앞질렀다. 대다수 공모펀드의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로 쓰이는 코스피200지수(5.15%)도 웃돌았다.

하지만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벌어놓은 수익을 대부분 까먹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5월 이후 11.9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5.96%)의 두 배 가까이 하락했다. 코오롱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 임상 지연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바이오주가 급락한 탓이다.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바이오주일 정도로 바이오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변동성 장세에 흔들리지 않고 일부 중소형주 펀드들은 고수익을 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17.42%에 이른다. 최근 하락장에서도 한 달 손실률을 -1.54%로 막았다.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에 분산 투자해 하락장에서도 손실을 최소한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BNPP뉴그로스중소형주’ 펀드도 14.02%의 높은 수익률을 지키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중소형 정보기술(IT)주에 집중 투자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

중장기 성과가 돋보이는 중소형주 펀드도 있다. 2년 수익률 15.28%로 중소형주 펀드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TB리틀빅스타’는 올해도 7.07%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황준혁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삼성전자처럼 산업 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1등 기업과 위메이드 에코마케팅 등 유망한 중소형주를 섞어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