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IB)업계에서 도이체방크만 내리막길을 걸은 게 아니다. 스위스의 대표 IB인 크레디트스위스와 UBS의 입지도 약해졌다. 유럽 IB들이 동반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 미국 IB들은 승승장구했다.

유럽 IB '동반 부진', 美 IB '승승장구'…JP모간 10년째 1위
JP모간이 대표적이다. 금융 전문 조사업체인 코얼리션에 따르면 매출 기준으로 JP모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에 5위 IB였다. 당시 1위는 골드만삭스였으며 2위는 도이체방크였다.

JP모간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3년 만에 골드만삭스를 누르고 최대 IB가 됐다. 금융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있던 베어스턴스와 미국 중·서부 은행인 뱅크원, 워싱턴뮤추얼을 추가로 잇따라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0년부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이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채권거래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소매 분야가 강한 씨티은행은 IB를 키워 골드만삭스와 함께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한때 7~8위권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위권으로 복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약해진 메릴린치를 인수, IB부문을 강화해 5위까지 규모를 키웠다.

반면 유럽 IB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도이체방크는 2013년까지 JP모간,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잇따른 적자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부터 6위에 머물러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6위에서 8위로, UBS는 7위에서 9위로 하락했다.

이를 두고 “미국 IB를 따라 하려던 유럽 IB의 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은행들은 오랜 저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라이벌들에 압도당했다”고 진단했다. 유럽 IB들은 200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든 거래량과 저금리정책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럽 은행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영국의 바클레이즈가 10위에서 7위로 상승해 체면치레를 했다. HSBC도 2015년 이후 IB부문을 강화해 UBS와 함께 9위까지 올랐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