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약 저녁에 먹어야한다' 는 공식은 옛말
고지혈증약은 일반적으로 저녁에 먹어야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합성이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 후나 자기 전 복용하도록 처방돼 왔는데요. 심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성분의 약물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등은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 아침, 저녁 상관없이 하루 중 아무 때나 복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지혈증약의 성분을 확인하고 정해진 복용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공식들이 깨지고 있습니다. 저녁에 먹도록 처방된 제품들은 제때 복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저녁 약속이 있어 약 먹는 걸 잊어버리거나 술자리를 가진 후에는 알코올이 약물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건너뛰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저녁용 약물들도 시간과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개량되고 있습니다. 피타바스타틴칼슘제제의 경우 용법·용량에 ‘저녁 식사 후 복용한다’는 내용이 삭제됐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2월 피타바스타틴칼슘 단일제의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 결과, 사용상 주의 사항을 변경하면서 복용 시간이 자유로워졌습니다.

고지혈증약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게 목적입니다. 스타틴계 약물은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통, 변비,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두통, 간 효소 수치 증가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근육통이나 근피로감이 생기면 의사와 즉시 상의해야 합니다. 드물지만 근육병증, 횡문근융해증, 간부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 환자들은 자몽주스를 피하라는 말을 한 번쯤 들었을 텐데요. 자몽주스가 스타틴계 약물의 체내 대사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의 혈중 농도가 증가하고 근병증 등의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타틴계 약물 외에도 고지혈증 치료제로 에제티미브 제제가 사용됩니다. 음식물이나 담즙 내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소장 내에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주는 약물로, 스타틴계 약물과는 작용 기전이 달라 함께 사용하면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는 스타틴계 약물에 비해 낮지만 근육 부작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심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가 함유된 복합제들이 시중에 나와 있죠.

'고지혈증약 저녁에 먹어야한다' 는 공식은 옛말
이 밖에 혈중 중성지방의 생성을 억제하는 페노피브레이트 제제도 사용되는데요. 이 약물은 복용 시간에 따라 약물 흡수율이 달라집니다. 페노피브레이트제제는 식사 후에, 겜피브로질 제제는 식사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페노피브레이트 복용 후 복통, 변비, 설사, 두통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근육통, 무력감, 피부나 눈에 황달이 발생하면 즉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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