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장주인 롯데쇼핑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기업 청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0.36배까지 떨어졌지만 증권사들은 눈높이를 더욱 낮추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타격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적부진에 韓·日 갈등 '겹악재'…롯데쇼핑 '날개없는 추락'
0일 롯데쇼핑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원(1.99%) 하락한 14만80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29.38% 급락했다.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매도가 이어졌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2분기 대형마트의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 예상보다 20%가량 낮은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피해 우려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롯데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지만 유니클로 무인양품처럼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가 많아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불매운동 등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 무인양품은 롯데상사가 40% 지분을 갖고 있다. 게다가 두 업체의 국내 매장은 대부분 롯데 유통 계열사 안에 입점해 있다.

증권사들도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이달 들어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차증권 KTB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렸다. PBR이 0.36배까지 떨어졌지만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종렬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에도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4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롯데쇼핑의 PER은 경쟁사인 이마트(10.5배) 현대백화점(7.4배)보다 높다.

실적이 좋지 않은 중소형 점포를 축소하고 있는 점, 연간 영업이익 400억원 이상인 롯데인천자산(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지난달부터 연결기준으로 편입된 것은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시장과 온라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낼 때까지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7만5000원으로 12.5% 낮췄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