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50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결권 행사에 정치적 입김이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중 일부에만 해당하는 데다 위탁운용사들의 독립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5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후속 조치와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탁 주식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넘겨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려 한다”며 “의결권 위임을 통해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완화할 뿐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도 한층 더 건강하게 발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주식에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만큼 위탁 주식의 의결권 위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말 현재 118조2000억원의 국내 주식 운용액 중 절반이 넘는 64조4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공적연기금(GPIF)은 국내 주식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100% 외부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1년에 한 번 위탁운용사를 재선정하는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 등에 따라 가점을 준다는 계획”이라며 “재선정을 위해 국민연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운용사들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금위는 이날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의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 △기업의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의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 △반대 의견에 대한 반영 여부 △그 외 예상치 못한 우려사항 발생 여부 등을 고려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의 대상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