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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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노동조합 결성에 나섰다. 그동안 대학 교수들은 단결권이 제한돼 노조를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대학 교수들의 노조 설립을 금지한 관련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대학 교수들의 노조 결성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교수들도 단체활동 나선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와 서울소재대학교수연합회(서교련)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학교수노동조합(가칭) 주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주비위원회는 준비위원회의 전 단계의 조직이다. 사교련은 전국 110개 대학의 교수협의회장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다. 각 대학엔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협의회가 구성돼있다. 서교련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9개 대학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주비위원장은 방효원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이 맡았다. 이정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유원준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수석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주비위는 이날 출범식에서 대학의 공공성 강화에 힘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사회제도는 민주화되고 투명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은 온갖 비리와 불법이 판치는 외딴섬이 돼 버렸다”며 “주비위는 대학의 민주성, 공공성, 자율성을 획득하고 대학 내에 만연한 비리, 부정부패와 싸우겠다”고 밝혔다. 주비위는 또 “교수직의 비정규직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교수의 역량 배양과 권익 보호를 위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출범 취지를 밝혔다.

이날 주비위의 출범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교수들의 노조 결성을 막았던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뤄졌다. 현행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교원의 범위는 초·중·고 교사로 한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률에 대해 “교수의 단결권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회에 내년 3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대학과 갈등 우려도

대학에서의 노조 결성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교수의 직업적 안정성을 두고 대학과 교수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대학들이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1~2년마다 재계약을 요구하는 ‘비정년트랙’으로 교수를 뽑는 경우가 만연해졌다”며 “교수의 안정적 연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비정년트랙 폐지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반면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압박을 느끼고 있는 대학들은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의 대우가 열악한 측면은 있지만, 전국의 대학들이 교직원 임금 삭감까지 고려할 정도로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큰 폭의 처우 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교수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각 대학은 시간강와 초빙교수, 겸임교수, 정교수 등 다양한 유형의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주비위는 우선 “학교보다는 산업계에 종사하는 성격이 강한 초빙교수는 노조 가입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노조 가입 범위에 대해선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내년 3월까지 국회 및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