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경찰 충돌로 최소 240명 다쳐…고무탄에 2명 실명
조지아서 反러시아 시위 격화…푸틴, 조지아行 항공교통 '차단'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던 남캅카스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반(反)러시아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

22일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청사 주변에선 연일 야권 지지자들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일(현지시간)에는 1만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의회 진입을 시도하며 이튿날 아침까지 경찰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를 발사해 최소 240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병원 당국자는 "이 중 10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두 명은 고무탄에 맞아 실명했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요구에 밀려 이라클리 카자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이 결국 사퇴했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21일에도 의회 앞에 모여 내무부 장관의 추가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명한 시민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안대를 착용했다.

조지아서 反러시아 시위 격화…푸틴, 조지아行 항공교통 '차단'
친(親) 러시아 성향 집권당 '조지아의 꿈' 소속인 마무카 바흐타제 조지아 총리는 야권 지도자들이 대중의 감정적 분출을 악용해 폭력사태가 일어나도록 부추겼다면서 "이는 법률과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시위에 동참한 현지 변호사 디미트리 살라체(32)는 "우리는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현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크탕 키리야(28)라는 시위자도 2011년 '조지아의 꿈'을 창당한 억만장자 비니자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와 그의 협력자들을 조지아에서 몰아낼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러시아는 조지아와의 항공교통을 차단하고, 현지 체류 중인 자국민 송환 조치에 나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국가안보와 자국민 보호 등을 들어 자국 항공사들이 러시아 시민을 조지아로 실어나르는 것을 내달 8일부터 일시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시행까지 보름이 넘는 여유를 둔 이유는 당장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선 현 집권당이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더해 여행사들이 조지아 관련 관광상품 판매를 삼가도록 권고했고, 관련 당국에는 조지아에 일시적으로 체류 중인 러시아인들을 송환하기 위한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

러시아는 2006년에도 조지아와의 항공교통을 4년간 차단한 바 있다.

조지아서 反러시아 시위 격화…푸틴, 조지아行 항공교통 '차단'
2008년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던 러시아와 조지아는 조지아산 와인과 과일 등에 대한 수입금지 조처가 해제되는 등 최근 수년간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조지아 내에선 여전히 반러시아 정서가 강하다.

이번 시위도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지난 20일 러시아어로 연설을 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가브릴로프 의원은 조지아 출신이면서도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 당시 러시아군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런 까닭에 그가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의원내각제로 전환되는 조지아의 의회 의장석에 올라 연설한 것은 러시아의 조지아 지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가브릴로프 의원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쿠데타를 노리는 "극단적 집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