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 상당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에 수백 개 미국 기업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번 관세 대상 상품이 대부분 소비재인 만큼 즉각 소비자 가격을 높여 판매 감소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다. 중국 외에는 생산하는 나라가 없어 대체할 곳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추가 관세 관련 공청회에서 패션회사 케네스콜프로덕션의 마크 슈나이더 최고경영자(CEO)는 “신발의 품질을 낮추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 등에서 대체 수입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 등 예측 불가능한 무역정책 탓에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그동안 중간재와 산업재 위주로 관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관세 부과 대상으로 예고한 제품에는 그동안 미뤄놓았던 신발, 장난감, 보석류, 휴대폰 등 소비재와 생활필수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릭 헬펀바인 미국의류신발협회 회장은 “상품 가격이 오르고 판매와 고용 감소가 생길 수 있다”며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 캐런 기버슨 액세서리카운슬 CEO는 “관세는 낙타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세, 규제개혁 등으로 수혜를 입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꺼려온 미국제조업협회(NAM)도 “부품 등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미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제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TV 공장을 운영하는 엘리먼트일렉트로닉스의 데이비드 배어 CEO는 “추가 관세는 대통령 의도와 반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이전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에어컨 업체인 림매뉴팩처링의 마이크 브랜슨 CEO는 “중국의 수출품이 미국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세를 지지했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청문회에는 수많은 업종에서 300명이 넘는 관계자가 증언에 나선다.

일각에선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이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 회담하기로 이날 확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에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무역전쟁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