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구인난 일본기업들, 한국인재 유치위해 '복지 혜택' 쏟아낸다
‘종합 영업·사무직 3명, 기술직 3명 채용. 연봉은 248만4000~274만8000엔(271만~300만원·보너스 2회 별도)’

전세계 16만8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일본의 자동차 부품기업 덴소의 외국인 채용공고 내용이다. 덴소는 이밖에도 주5일 근무, 골든위크(5월 황금연휴)·여름휴가·연말연시 휴가 각각 10일, 유급·특별휴가 등 연중 121일의 휴가 제공 조건을 내걸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 인재를 뽑기위해 날아왔다. KOTRA는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15개 일본 기업과 22개 미국 기업 등 총 184개사를 초청해 국내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글로벌 일자리 대전’을 열었다. 일본 기업은 590명, 미국 기업은 102명 등 총1121명을 뽑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사전 서류합격자 1258명을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지난해는 이 행사를 통해 8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장상해 KOTRA해외취업팀장은 “해외 취업을 통해 자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면 3~5년 해외 근무 후 경력직으로 국내에 재취업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JOB] 구인난 일본기업들, 한국인재 유치위해 '복지 혜택' 쏟아낸다
◆토익 860점이면 월1만엔 지급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은 우수 외국인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복지혜택을 내걸고 있다. 전자부품 제조기업 SMK는 토익 860점이상 보유자에게 월 1만엔의 자격수당을 지급한다. 종합물류기업 산큐는 지역근무자에게 월1만엔의 수당과 기혼자에게는 임대료를 보조한다. 엔지니어링 업체인 칼(CAL)은 전철·버스 등 출퇴근 교통비 실비 전액을, 고객관계관리(CRM) 전문회사인 트렌스코스모스는 통근수당으로 월 5만엔을 준다. 후지인팍스넷은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 때 최대 10만엔의 포상금을 제시했다. 이밖에 이들 기업들은 취업 합격자들에게 항공비, 이사비 등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급여 수준은 4년제 대졸자와 대학원 졸업자, 업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났다. 농기계 제조기업 구보타는 대학 졸업자에게는 월 21만8500엔, 석사학위 취득자는 월 23만8500엔을 지급한다. 자동차 기업 닛산도 대졸자는 월 22만엔, 대학원 졸업자는 월 24만4000엔을 준다. 반면 호텔 체인인 호텔인은 학사·석사의 급여(월 19만엔)에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연 두 차례 상여금과 한 차례 임금인상을 실시한다.

일본 취업에도 ‘묻지마 지원’은 금물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승호 KOTRA 도쿄무역관 과장은 “신문에 소개된 기사, 도쿄증시 상장여부, 제공되는 복지혜택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지원할 일본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며 “다만 일본의 대·중소기업의 월급은 20만~22만엔 수준으로, 한국 대기업과 직접 비교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후에는 급여 인상폭이 크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한국 기업과 격차를 줄이며 따라잡는 급여체계다.

이런 복지혜택을 내걸 만큼 인력부족이 심각하자 일본의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대졸자 채용을 연중 채용 방식으로 확대키로 했다. 그동안 게이단렌 소속 1400여개 기업들은 봄에 채용을 진행하면서 매년 4월 1일 입사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월에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덴소는 입사시기를 올 10월과 내년 4월 두 차례로 나눠 진행키로 했다. 가발 제조기업 스벤손도 채용담당자와 상담을 통해 올 9월과 내년 3월 각각 입사시키기로 했다.

◆미국 취업을 위한 3가지 방안

미국은 50년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4월 3.6%)을 기록했지만 외국인 고용에는 일본과 달리 배타적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외국인들이 미국내 고임금 일자리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취업비자인 ‘H-1B’를 석사이상 학위자에 더 유리하도록 추첨시스템을 바꾸는가 하면 가족관계 대신 경력이나 기술력 등에 높은 가중치를 둬 영주권을 발급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4월1일 추첨을 통해 연간 6만5000명에게 H-1B 비자를 제한적으로 발급하고 있다. 해 마다 21만여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3대1에 달할 정도다.

미국 취업장벽이 높아지긴 했지만 틈새는 있다. 박준섭 KOTRA 뉴욕무역관 과장은 미국 취업을 위해선 △비자문제를 해결해줄 기업을 찾을 것 △인턴경험 등을 통해 경력을 쌓아 수시채용에 대비할 것 △직원 채용공고가 났을때 추천받을 네트워크를 쌓아둘 것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KOTRA 뉴욕무역관은 지난 5월 10일 한국 인재를 채용할 미국내 기업 60여곳을 발굴해 ‘커리어 페어’를 열었다. 그 가운데 20여개사는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내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H마트는 구매, 인사, 정보기술(IT), 상품기획 등 분야에서 5명을 채용중이다. 입사 첫해 연봉은 2만4000달러에서 4만달러 수준. 업무평가에 따라 취업비자 취득을 지원한다. 화장품 용기를 미주지역에 판매하는 삼화USA는 영업사원을 채용한다. 삼화USA는 J1인턴 비자 만료시 한국본사 또는 다른 해외지사 근무를 제시하고 있다. 박 과장은 “대부분이 미국에 진출한 한인기업”이라며 “J1인턴 비자 또는 H1-B 비자·영주권 지원이 가능한 기업이기 때문에 인턴기간중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또 다른 길이 분명히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