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7년 1월 KT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KT 안팎에선 우려가 많았다. 시장엔 이미 다양한 AI 스피커가 나와 있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구글홈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이 AI 스피커를 내놨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석 달 일찍 ‘누구’를 출시했다.

시장 진입이 늦은 KT는 다른 전략을 고민했다.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와 같은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KT AI 사업단은 ‘KT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질문을 던졌다. 해답은 내부에 있었다. 국내 1위 인터넷TV(IPTV) 서비스 ‘올레TV’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IPTV에 AI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AI TV 서비스 ‘기가지니’는 이렇게 탄생했다.

전략은 통했다. 출시 1년 만에 기가지니 가입자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달 기준 가입자는 170만 명. AI 서비스 가입자 수 기준으로 국내 1위다. 김채희 KT AI 사업단장(상무)은 “KT가 잘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한 결과 최선의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경쟁사와 다른 기가지니만의 서비스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KT 본사에서 AI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 단장을 만났다.

▷AI 스피커 시장 진출 계기는 무엇입니까.

AI 스피커 개발에 들어갔을 때 안팎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단말기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음성인식 AI 생태계를 누가 장악할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무엇보다 KT는 20여 년간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이 있었습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에 필요한 음성인식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왔습니다. 이 기술이 없었다면 AI 사업에 도전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국내에선 해외와 달리 통신사가 AI 스피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아마존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이 이 시장의 강자입니다. KT는 통신사가 확보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선 기존 IPTV와 결합해 셋톱박스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각 가정의 중심인 거실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가지니 아파트, 기가지니 호텔과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추진할 땐 KT가 보유한 지방 영업조직을 활용했습니다. 해외 통신사들이 KT의 AI TV 성공 전략에 관심이 많습니다.

▷셋톱박스 형태의 AI TV를 개발했습니다.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거실에서 TV를 보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대부분 가정에서 TV는 이용자와 3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잡음도 많이 들리죠. 음성인식이 굉장히 어려운 환경입니다. 처음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한 셈입니다. 덕분에 셋톱박스 형태가 아닌 다른 단말기를 개발할 때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습니까.

기가지니 호텔의 해외 진출을 추진 중입니다. 연내 몇몇 해외 호텔에서 기가지니 AI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일본 베트남 등에 있는 호텔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국내 호텔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호텔에도 도입합니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를 지원해야 합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 외에 다른 언어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수많은 기술을 모두 KT에서 개발합니까.

KT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협업을 장려합니다. 모든 기술을 내재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KT가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도 합니다. 이미 10여 개의 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투자한 기업이 KT 사업에 기여합니다. 윈윈 전략입니다. 협업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AI 사업이 단기간 급성장했습니다. 인력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사업팀에서 70여 명, 개발팀에서 100여 명 정도가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합니다. 음성인식 서비스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술이 적용됩니다. 음성인식뿐만 아니라 TTS(문자음성 자동 변환), 음성합성 기술 등도 필요합니다. 또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파생 사업이 있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인기가 높은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음악을 검색하고 재생하는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합니다. 최근엔 어린이용 콘텐츠 이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기가지니를 활용해 롯데슈퍼에서 장을 보는 장보기 서비스, 노래방 서비스 등도 도입했습니다. 이용자의 시각으로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 적용할 겁니다.

▷올해 새로 출시하는 서비스가 있습니까.

지난달 디스플레이(화면)를 장착한 ‘기가지니 테이블TV’을 내놨습니다. LTE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LTE’ 후속 제품과 ‘기가지니 미니’ 등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다른 제조사의 단말기에서 기가지니의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인사이드’도 출시합니다.

▷KT가 추구하는 AI 생태계가 있다면요.

기가지니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첫 단말기일 뿐입니다. 이용자들이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KT 전용 단말기만 고집하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습니다. AI 스피커를 가전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 중인 서비스가 기가지니 인사이드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모듈만 부착하면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혁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옛날엔 이것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생활 속에 스며들어 없으면 불편한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창조하는 것, 그것이 혁신입니다. 기가지니를 비롯한 AI 서비스가 ‘없으면 안 되는’ 혁신 기술이 됐으면 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KT뿐만 아니라 AI 관련 업체들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