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의사들의 지원율이 가장 높았던 전공은 성형외과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피부과가 뒤를 이었다. 매년 대학입시 때마다 의대는 최상위권을 기록한다. 이들이 졸업한 뒤 다시 성적대로 줄서 성형외과에 들어간다. ‘똑똑한 인재가 성형외과 의사 되는 사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헬스케어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잘 아는 것은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이런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과학연구에 참여하는 의사를 늘리기 위한 의사-과학자 육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병원에 있는 의사는 진료 성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의사가 창업이나 연구를 통해 얻는 수익보다는 여전히 진료로 얻는 수익이 크다.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기술 개발이나 창업 등에 뛰어드는 의사는 많지 않다.

박리다매의 건강보험 진료비 시스템도 의사의 연구를 늘리는 데 걸림돌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를 매일 수십 명 넘게 봐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여서 연구나 창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다”며 “의사들이 창업, 연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는 한 의사-과학자 육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의사가 바이오헬스산업에 뛰어들기 어렵게 하는 규제도 많다. 시민단체 등은 의료 분야 규제를 풀면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의료 분야 규제개선 논의는 매번 후순위로 밀린다.

연구중심병원의 창업을 늘리기 위한 산병협력단 제도도 마찬가지다. 연구중심병원은 병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2013년 처음 지정됐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들 병원은 직접 기술지주자회사를 세울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은 대학 산하에 기술지주자회사를 세워 우회 투자하고 있다.

사회복지재단 등에 속한 병원은 의사가 개인창업을 한다. 병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창업해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이 다시 병원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풀겠다고 했지만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