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깊은 좌절에 빠져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연애, 결혼, 출산과 같은 인생 통과의례가 이제는 아무나 누리기 힘든 사치가 됐다”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은 25.2%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이 사실상 실업자란 의미다.

우리 사회를 이끌 청년들이 도전과 희망보다 좌절과 포기를 먼저 배우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이들이 ‘내일은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대표하는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째 줄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인 중장기 근로(주 36시간 이상)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은 경제 활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청년수당 등 선심성 사업과 ‘빈 강의실 불끄기’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를 급조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절실한 것은 미래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다.

유감스럽게도 민간에서는 국내외 시장환경 악화에 고용·입지·투자·세제 등 각 부문에 걸친 삼중 사중의 규제까지 더해져 일자리가 급속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공공부문 채용에 갈수록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년들의 꿈이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인 나라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한국의 역동성을 극찬해 온 투자자 짐 로저스가 최근 펴낸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에서 “청년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 대로다.

정부가 할 일은 민간부문 ‘고용 참사’의 원인을 정밀하게 살펴 해법을 내놓는 것이다. 조선 등 주력 산업 부진과 경기 침체 등 ‘외부환경 탓’을 하려면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직된 고용시장, 최저임금 급속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게 일선 기업인들의 호소다.

특히 정규직 과보호 등으로 고용시장이 경직될수록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이자 ‘최고 고졸 일자리’로 꼽혔던 자동차, 조선 등 대규모 제조업종에선 퇴직자도 신규 채용자도 거의 없어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성화고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진 현실이 갈수록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느라 학비만 더 들 뿐, 대졸자들을 기다려주는 직장은 많지 않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정부는 엉뚱한 진단과 처방을 고집하고 있다. “고용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앞뒤 안 맞는 주장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청년의 눈물을 씻어주겠다”고 강조해 온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해야 청년의 고통을 희망과 환희로 바꿔줄 수 있을지 제대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