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사상 최저다. 이익은 반토막 났고, 신용등급은 하락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KB증권)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의 현주소다.
월마트·까르푸 이긴 '한국형 마트' 시대 저무나
대형마트 부진에 전문점·온라인 적자

16일 주식시장에서 이마트 주가가 급락했다. 종가는 전날 대비 8500원(5.48%) 내린 14만6500원. 2011년 5월 신세계에서 분할된 뒤 이마트 주가가 15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시장이 평가한 이마트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4조원 정도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쿠팡은 작년 11월 대규모 자금유치 때 기업가치를 약 10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전날 나온 실적은 이마트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743억원이다. 작년 1분기(1535억원)보다 51.6% 급감했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약 1400억원이었다. “안 좋을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를 반영해 지난 9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반전의 카드’가 잘 통하지 않은 게 이마트엔 더 뼈아프다. 이마트는 올 들어 대대적인 판매가 인하에 나섰다. ‘국민가격’을 슬로건으로 삼겹살, 전복, 쌀 등을 절반 가격으로 팔았다. 온라인에 빼앗긴 가격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고육책이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지 않다. 매출은 늘지 않고, 수익성만 악화됐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3.7%에서 올 1분기 1.6%로 급락했다.

1분기 실적 부진은 대형마트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이마트가 공을 들여온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만물상 콘셉트의 ‘삐에로쑈핑’, 고급 슈퍼 ‘PK마트’ 등 전문점 부문의 적자가 227억원에 달했다. 이들 전문점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트 사업이 부진하자 이마트의 전체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승부수를 던진 온라인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별도 회사로 분사한 ‘SSG.COM’은 100억원 넘는 적자를 냈다. 매출을 늘리려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다. 물론 1분기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시장 성장률(17%)엔 못 미쳤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방문객 수를 회복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미래 전략 못찾고…

이마트의 부진은 ‘한국형 마트’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마트는 한때 ‘월마트, 까르푸를 이긴 기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2006년 한국에서 잇달아 철수한 건 이마트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당시 백화점처럼 고급스럽게 매장을 꾸몄다. 상품은 소비자들이 집기 쉽도록 성인 키 높이만큼 진열했다. 대신 상품을 자주 채워 넣었다. 다양한 시식 코너를 곳곳에 뒀다. 과일부터 소시지, 주스, 만두, 자장면 등을 맛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젠 이런 것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매장을 찾아오는 소비자 수가 크게 줄었다. 소비자들은 이마트보다 싼 온라인몰을 더 자주 찾는다. 이마트가 구축한 백화점식 대형마트론 온라인 가격을 따라가기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데 고정비가 많이 든다.

이마트는 위기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노브랜드 전문점’, 창고형 할인점으로 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경기 하남과 고양에 이어 창원 청라 청주 안성 수원 등에도 스타필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3년 만에 200개를 넘어섰다. 16개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도 올해 두 곳 더 출점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투자한 전문점과 온라인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 실적은 큰 폭으로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