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사업으로 '무역영토' 넓히기 나선 정몽혁
현대종합상사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사업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심사를 벌여 최우수상(1명) 1000만원과 우수상(2명) 각 500만원 등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투자 심의를 거쳐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아이디어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3H로 신사업 발굴”

5일 업계에 따르면 독립경영 3년 차를 맞은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사진)이 ‘신사업’을 키워드로 영토 확장에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사업 개발 역량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3H 석세스 믹스(success mix)’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그는 신사업 창출 단계를 H1(기존주력사업-무역), H2(기존사업의 연계사업), H3(신규사업)로 구분했다. H1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H2, H3를 발굴해 안정화하면 새로운 H1이 된다. 이어 새로운 H1에서 또 다른 H2, H3를 발굴하는 전략이다.

H1→H2→H3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대해 ‘준비된 100년 기업’이라는 회사 비전을 실현하자는 게 정 회장의 주문이다. 현대종합상사는 3H 석세스 믹스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현지 임직원 대상 세미나도 열고 있다. 지난 2월엔 신사업 공식 채널인 ‘H2·H3 사업 게시판’도 열었다.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접수된 아이디어는 검증 절차를 거쳐 사업성이 확인되면 적극 추진한다. 사업화엔 실패하더라도 아이디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전사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새 아이디어 발굴에 밑거름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新사업으로 '무역영토' 넓히기 나선 정몽혁
철강·식량·포장재 먹거리 발굴

3H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설을 끝낸 인도 첸나이 ‘포스현대 철강코일센터’가 대표적인 H2 성공사례다. 종합상사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가 생산한 철강코일을 해외에 판매한다. 현대종합상사는 한발 더 나아가 철강코일을 절단·가공하는 공장을 지었다. 현대차를 비롯해 다임러, 타타 등 인도에 있는 자동차 및 부품 공장에 공급한다. 인도 자동차 시장이 매년 7~8% 성장하면서 첸나이 일대가 자동차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어 철강코일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식량사업은 신사업인 H3 사례다. 현대종합상사의 지주회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캄보디아 농장을 매입한 뒤 망고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캄보디아 최초의 검역 농산물유통센터도 착공했다. 생산된 농산물을 유럽 전역에 유통시키기 위해 유럽법인을 설립했다. 음료 및 의류 제품 등의 포장재를 생산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합작 법인(현대패키징)도 세웠다.

신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현대종합상사는 올 1분기(1~3월)에 영업이익 123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은 8.48%, 당기순익은 11.59% 늘었다. 정 회장은 “3H 석세스 믹스 신사업 개발 전략을 활성화해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 번째 동생인 정신영 전 동아일보 기자의 아들이다. 경복고와 미국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뒤 32세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2002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09년 현대종합상사 회장을 맡아 재기에 나섰다. 2016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