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처음으로 패소한 판정문을 공개하라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장을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 심리로 민변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다야니로부터 패소한 ISD 중재 판정문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렸다.

이란계 가전업체 엔텍합그룹의 대주주 다야니는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계약이 무산되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 다야니는 한국 정부가 이란 투자자에 대해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정 및 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해 인수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한국 정부에 730억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우리 정부가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ISD 소송에서 패소한 첫 사례다. 정부는 영국 고등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민변은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가 패소한 이유도 국민의 알 권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 측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2일 재판에서 “현재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 등이 ISD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왜 우리가 소송에서 졌으며 패소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국제중재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국제중재업계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패소한 논리가 낱낱이 공개될 경우 비슷한 제소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섣불리 공개했다가 원하는 효과를 얻지도 못한 채 ‘추가 공격’ 빌미만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