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과 관련된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 회원 중 1명을 처음으로 체포했다. 최근까지 자유조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던 미국이 자유조선의 활동에 본격 개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미 당국이 자유조선의 멤버이자 전직 해병대원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을 지난 18일(현지시간) 체포했으며, 19일 LA 연방 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밟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그가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WP는 “크리스토퍼 안이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된 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마카오에서 피신시킨 과정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별도로 미 연방당국의 무장요원들이 지난 18일 자유조선의 리더이자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의 아파트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홍 창이 집에 없었다고 전해졌다. 홍 창은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다.

미 당국의 이번 조치가 스페인 법원의 국제 체포영장 발부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법무부는 “우리는 지금 이런 특정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대사관에선 괴한이 침입해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시점이었다. 특히 미 연방수사국(FBI)이 북한대사관에서 탈취된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주목됐다.

자유조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 출신이자 자유조선의 법률 대리인인 리 월로스키 변호사 명의로 항의 성명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성명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 정권이 (스페인에서) 고소한 미국인들에게 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해 결국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미국인들(크리스토퍼 안, 홍 창 등)의 안전과 보안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그 어떤 보장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