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자료 인멸·은닉 혐의 첫 공판
'증거인멸 혐의' SK케미칼 부사장 "공소장, 유죄 선입견 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및 은닉 혐의로 기소된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이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이 유죄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게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박 부사장의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의 심리로 열린 박씨의 첫 공판에서 이같이 변론했다.

박 부사장은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10∼12월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SK케미칼은 앞서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으나, 언론·국회 등이 자료를 요구하자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대응해왔다.

검찰은 또 박 부사장이 전수 조사를 통해 SK케미칼이 자체적으로 확인한 내용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 기재된 내부자료를 모두 폐기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파악했다.

박 부사장 측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했고, 범죄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 밖에 법원에서 예단을 갖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박 부사장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에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전반을 설명하는 부분이 25쪽이 넘으며, 이런 정도면 피고인이 증거인멸 및 은닉을 실제 했다는 선입견을 줄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은 CMIT·MIT 관련 자료에 대한 사건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PHMG 부분은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 변호인은 "공소장 내용 중 선입견을 주는 부분을 삭제하고 특정되지 않은 범죄사실을 더 명확하게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PHMG 부분이 이번 사건과 관련 없지 않다"며 "현재 PHMG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건들에 대해 SK케미칼의 책임이 있는지도 수사가 진행 중이고, 그 부분의 증거인멸 또한 문제가 된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