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추모전, 보안여관 등 서울 서촌 일대서 열려
그날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감각…'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엄마 아빠, 이걸 들을 때쯤 난 없을 거예요.

정말 미안하고 사랑해요.

이 말을 한 적이 없었네요.

"
마이크를 든 여성이 버려진 건물 내부를 배회하는 모습이 화면에 어슴푸레 비친다.

외국인 여성은 영어로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여성이 가는 곳마다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는 이를 보고 자신을 찾아달라는 것일까, 이를 실마리로 삼아 돌아가겠다는 것일까.

서울 종로 서촌 공간일리에서 상영 중인 장서영 작가의 11분짜리 영상 '이걸 들을 때쯤 난 없을 거예요' 내용은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관람객 머릿속에는 자연히 '세월호'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2014년 제작한 작품 대사는 청소년들이 남긴 유서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표현에서 추출한 것이다.

경복궁역 인근에 자리한 공간일리를 비롯한 서촌 일대 전시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추모하는 전시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가 열리고 있다.

4·16재단이 주최하고 37팀(명) 예술가가 참여했다.

세월호 참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그날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감각으로 참사와 연관 지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 대다수다.
그날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감각…'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청와대로 향하는 대로에 자리한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매일 저녁 송상희 영상 '신발들'이 상영된다.

검은 바다 위에 신발들이 고요히, 무심히 떠다니는 모습이 밤새 펼쳐진다.

작가는 대한항공 민간기 격추사건 당시 희생자 신발이 바다에 떠 있는 장면을 재현해 2011년 이 영상을 완성했다.

2014년을 지나오면서 비극의 서사는 한 층 더 포개졌다.

'신발들'이 보안여관 2층 리어스크린을 통해 외부로 상영되는 까닭에 길을 걷는 모두가 관람객이 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홍진훤 전시기획자 겸 작가는 "보안여관 앞길은 정치적·사회적으로 사연이 있는 분들이 많이 다니는데 그런 분들이 자연스레 작품을 감상하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HArt와 공간 291은 각각 만화와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지난 5년을 바라본다.

유일하게 서촌이 아닌 구기동 아트스페이스풀에서는 참사 이후 연대 현장을 보여준다.

안산합동분향소를 비롯한 수많은 현장을 담은 노순택 사진과 촛불 이후를 날카롭게 바라본 서평주 네온 '잘라라, 투표하는 그 손을' 등을 만난다.

전시는 21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