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 없는 '우버택시' 서울 달린다
카카오의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가 장악하고 있는 택시호출 시장에 우버가 도전장을 냈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술회사인 우버가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로 젊은 층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돼 택시호출 시장의 판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우버는 일반 중형택시를 부를 수 있는 ‘우버택시’ 서비스를 서울 전역에서 시작한다고 2일 발표했다. 우버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띄우고 목적지를 입력한 뒤 ‘택시’를 선택하면 된다.

우버택시는 ‘승차거부 원천 차단’과 ‘안전 강화’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차량이 자동배차되고, 기사는 승객이 타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다. 배차가 이뤄지면 승객은 기사의 이름, 사진, 차종 정보는 물론 다른 승객들이 평가한 별점까지 확인할 수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땐 앱 화면의 ‘긴급 버튼’을 누르면 112에 바로 신고된다. 택시를 탈 때마다 미리 등록한 지인에게 실시간 위치정보와 예상 도착시간을 전송하는 기능도 있다.

택시요금은 내릴 때 기사에게 직접 결제해야 한다. 이달 말까지 첫 탑승 땐 50%, 이후엔 횟수 제한 없이 20%씩 요금을 할인해준다. 우버 측은 “우버의 주요 서비스에서 제공하던 편리한 기능들을 일반 택시에 그대로 적용했다”며 “운전자 신원을 확인하는 얼굴인식 기능을 비롯해 혁신기술이 두루 녹아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정보기술(IT)업계는 우버가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인 택시호출로 이용자 기반을 넓힌 뒤 공유자전거 등 후속사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손희석 우버코리아 모빌리티 총괄은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업계와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는 2013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로 한국에 진출했다가 불법 판정을 받고 2015년 중단했다. 이후 4년 동안 고급 택시 ‘우버블랙’, 맛집 배달 ‘우버이츠’ 등 택시업계와 부딪칠 소지가 없는 사업만 벌이면서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지사에 교통사업 전담 임원과 정책·대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택시호출은 승차공유와 달리 별다른 규제나 진입장벽이 없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국내 모빌리티산업은 카풀 논란과 규제에 발목 잡혀 성장이 너무 더뎠다”며 “우버를 시작으로 해외 기업이 밀고 들어오면 카카오 같은 곳도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택시호출 시장을 완전히 선점한 카카오T를 우버가 뒤따라잡기 만만치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