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결산하는 26개 증권사 가운데 약 60%인 16개사의 지난해 임직원(등기임원 제외)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증시 활황 속에 증권사의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인센티브 비중이 높은 증권사 직원들의 연봉이 오른 결과다.

증권사 16곳 평균연봉 1억 돌파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3535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증권사 26곳 중 가장 높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위권에서도 에쓰오일(1억3700만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2017 사업연도의 경우 12월 결산 증권사 가운데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 곳은 5개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증권사 직원들의 높은 연봉은 성과 중심 보상 체계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6개 증권사는 전년 대비 9.6% 증가한 4조173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4조42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기여도가 높은 직원들은 막대한 성과급을 받았다. 올해 미래에셋대우로 자리를 옮긴 김연추 에쿼티파생본부장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에서 개발한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이 흥행하며 상반기에만 21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정승용 KTB투자증권 채권영업팀 과장은 지난해 14억74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해 이 증권사 최석종 사장(8억1400만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았다. 이 중 14억1500만원이 성과급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 증권사 부럽지 않은 평균 연봉을 기록한 것도 인센티브 중심 연봉 체계와 경력직 중심의 인력구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연봉 순위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부국증권(1억3359만원)과 하이투자증권(1억2300만원)은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이 각각 4649억원, 7560억원으로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신입 공채보다는 검증된 경력직을 대형 증권사에서 영입하는 식으로 인력을 충원한다”며 “영업능력 등 기량이 뛰어난 인력은 회사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회사 규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SK증권(자기자본 5371억원)과 교보증권(8814억원) 등도 평균 연봉 상위 10곳 안에 들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는 KB증권이 평균 연봉 1억22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유화증권은 59명의 직원이 평균 4000만원을 수령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가운데 평균 연봉이 가장 낮았다. 유화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3.83% 감소한 6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한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연봉 순위에서는 10위로 내려앉았다. 여전히 상위 10개사 안에 들었지만 작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중 유일하게 평균 연봉이 감소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