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지난 2월 출시한 택시호출 앱(응용프로그램) ‘티원택시’의 활용도를 보면 시장에서 펼쳐지는 경쟁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 4개 단체가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 대항마로 ‘티원택시’를 내놨지만 호출은 하루 평균 8000~900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된 기사용 앱은 7만7000여 건, 승객용 앱은 6만5000여 건이다. 하루 평균 호출이 약 150만 건에 이르고, 가입 택시기사 수는 23만 명을 넘는 카카오T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4개 단체가 전국 기사들에게 “카카오T를 지우고 티원택시만 쓰라”고 했음에도 이 정도의 실적이라면 택시업계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택을 받으려하기보다 상부 단체의 지시에 따라 일방적으로 보급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이용에 불편이 많고, 디자인 면에서도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음식 배달, 숙박 예약, 부동산 등 업종에서도 직능단체 주도로 개발된 ‘협회 앱’들이 민간 사업자 앱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협회에선 앱 개발이 단체장의 ‘치적사업’으로 추진돼 회비만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2월 내놓은 제로페이도 협회 앱들이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 정부와 서울시는 홍보 예산 60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고, 행정력까지 동원했으나 지난 2월 제로페이 결제액은 고작 5억3000만원에 그쳤다. 사투(死鬪)를 벌이며 시장을 키워 온 민간 사업자들에 비해 서비스의 질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티원택시든 제로페이든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어보지 않은 채 작위(作爲)적인 추진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