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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대통령 지시도 안 먹히는 공무원들의 '바이오 규제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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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가 혈액 등으로 질환 유무를 가려내는 체외진단기기에 ‘선(先)진입-후(後)평가’ 시범사업 도입 방안을 내놨다. 허가에서 건강보험 적용까지 평균 390일 걸리는 체외진단기기 시장 진입기간을 평균 140일로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규제개혁 첫 행보로 발표했던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의 후속 조치다.

    체외진단기기 시장 진입이 지금보다 8개월 정도 빨라지지만, 업계에서는 환영보다는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대 80일 소요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만으로 대체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을 정부가 뒤집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식약처 허가 이외에 ‘옥상옥(屋上屋)’이 되다시피 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여전히 통과해야 한다. 파격적 규제 혁신을 고대했던 업계에서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반쪽 개선’이 부처 이기주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식약처가 복지부 산하 ‘청(廳)’에서 총리실 산하 ‘처(處)’로 승격된 이후 의료기기 허가와 기술 검증과정이 이원화돼 부처 간 ‘칸막이’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시민단체와 기득권 세력 반대를 이유로 규제 풀기를 주저하는 소극행정도 규제 개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를 풀기 위한 시범사업이 ‘무늬만 규제 완화’로 변질돼 바이오업계 반발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크로젠 등 19개 유전자 분석기업들이 지난 2월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 규제 완화 시범사업 참여를 거부했다. 복지부가 의료계 반발 등을 의식해 DTC 허용 대상을 당초 약속했던 121개에서 57개로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산업 간 융·복합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여부는 업종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찔끔 규제 완화’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신(新)산업 핵심인 바이오·의료 육성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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