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표준주택 상승률 35%→개별주택 27%대로 7.65%p 낮아져
마포·강남도 6%대 격차
표준주택 바로 옆 개별주택, 상승률은 2배 차이…이의신청 봇물


이달 15일부터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열람이 진행중인 가운데, 서울 주요 구의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 단독주택에 비해 최대 7%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기 위해 상승률을 대폭 상향했지만 지방자치단체를 거치며 현실화율이 다시 낮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바로 옆에 있는 주택인데도 개별과 표준 단독주택 여부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크게 벌어져 형평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 표준주택 공시가격 많이 오른 곳, 개별주택과 상승률 격차 커

31일 연합뉴스가 지난 15일부터 열람에 들어간 서울시 주요 지역의 개별 단독주택(이하 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표준 단독주택(이하 표준주택) 공시가격보다 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구가 적지 않았다.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월 말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산정, 발표한 표준 단독주택을 근거로 지자체가 산정해 4월 말 확정 발표한다.

지자체의 판단도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거나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 개별주택의 가격도 변동되는 구조다.

분석 결과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35.4%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용산구의 경우 15일부터 열람에 들어간 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7.75%로 표준주택보다 7.65%포인트 낮아졌다.

통상 지자체가 산정하는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감정원이 공개하는 표준주택 공시가격보다 상승률이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 격차가 예년의 경우 1∼2%포인트를 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역대급 차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용산구의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0.41%, 8.84%로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상승률 격차가 1.57%에 불과했다.
표준주택 상승률(35.01%)이 전체 2위였던 강남구는 올해 개별주택 공시가 상승률을 28.9%로 표준주택보다 6.11%포인트 낮췄다.

그러나 용산구가 개별주택 상승폭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낮추면서 개별주택 상승률은 강남구가 전체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31.24% 급등한 마포구도 개별주택의 상승률은 24.67%로, 표준보다 6.5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강남구와 마포구의 표준-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는 각각 0.78%포인트, 0.51%포인트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둘 다 6%포인트대로 격차가 벌어졌다.

성동구의 올해 개별주택 공시가격의 상승률은 16.1%로 표준주택 상승률(21.69%)보다 5.59%포인트 낮다.

중구도 표준주택은 15.98% 오른 데 비해 개별주택은 10.63%로 상승률이 5.3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성동구와 중구의 지난해 표준-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는 각각 0.03%포인트, 0.36%포인트였다.

역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동작구와 서대문구는 올해 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주택 상승률에 비해 3.52%, 3.62%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개별주택 상승률 '바로 옆' 표준주택보다 최대 2배 이상 낮은 곳도

이처럼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대체로 하향 조정되면서 지역별로 표준주택과 바로 인근 개별주택 간 상승률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지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개별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9천100만원에서 올해 6억4천800만원으로 32%가량 상승했다.

바로 옆에 있는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7천800만원에서 올해 10억800만원으로 59.3% 오른 것에 비해 상승률이 절반 가까이 낮은 것이다.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인근의 한 표준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14억3천만원에서 올해 27억3천만원으로 91% 오르는데 비해 이 집 바로 앞에 있는 개별주택은 9억1천200만원에서 14억7천만원으로 61.2% 상승한다. 바로 옆집인데 상승률 격차가 30%포인트 가량 벌어진 셈이다.

역시 성수동1가의 한 표준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5억600만원에서 올해 9억1천500만원으로 81% 오르는데 비해 바로 옆에 위치한 개별주택은 4억7천200만원에서 6억7천200만원으로 42.4% 올라 상승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마포구 염리동의 한 표준주택은 감정원이 산정한 공시가격이 작년 5억8천만원에서 올해 8억900만원으로 39.5% 상승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개별주택은 5억2천800만원에서 5억9천만원으로 11.7% 상승하는데 그쳐 상승률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강남구에서도 삼성동의 한 단독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43억8천만원에서 올해 61억원으로 39.3% 올랐으나 바로 옆 표준주택의 상승률(51.1%)에는 못 미쳤다.

반대로 일부 지역은 개별주택 상승률이 표준주택보다 높았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구 삼성동의 한 표준주택은 공시가격이 작년 32억5천만원에서 올해 48억7천만원으로 49.8% 올랐는데 바로 옆 개별주택은 31억1천만원에서 48억7천만원으로 56.6% 상승해 개별주택의 인상폭이 더 컸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개별주택도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3천300만원에서 올해 15억9천만원으로 90.9% 올랐는데 바로 옆 표준주택보다 상승률(79%)이 높게 책정됐다.

◇ 지자체 "주민들 급격한 세부담·반발 고려"…표준주택과 형평성 논란도

이처럼 개별주택 상승률이 표준주택과 크게 차이나는 것은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주민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내 자치구들은 연초 정부가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열람을 시작하자 "공시가격 현실화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민들의 세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초구와 강남구, 종로구, 동작구, 성동구 등 서울의 5개 구청은 연초 세종시 국토부 청사를 직접 방문해 공시가격 하향 조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지자체가 개별주택 가격 산정의 근거가 되는 표준주택을 직접 선정할 수 있는데 일부 지역은 최대한 상승률이 낮은 표준주택을 토대로 개별주택의 가격을 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공시가격이 역대급으로 오르면서 민선 지자체장 입장에서 주민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통상 표준주택은 공시가격 산정에 있어 표본이 될 만한 집이다 보니 개별주택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곳이 수적으로 많고, 이로 인해 매년 개별주택의 상승률이 낮게 나오는 편"이라며 "올해는 특별히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데 따른 우려가 추가로 고려됐다"고 말했다.

개별주택과 표준주택의 인상률을 격차로 인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입지의 주택인데도 표준이냐 개별이냐에 따라 인상폭이 다른 경우가 발생한 때문이다.

개별주택의 상승률이 떨어지면서 단독주택 전체 현실화율(시세반영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는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평균 53%로 작년(51.8%)보다 높아졌다고 밝혔지만 개별주택의 상승률이 표준주택에 못미치면서 개별주택을 포함한 전체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감정평가사는 "일부 정치권에서 공시지가,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해 정부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조사 인력이 부족하고, 주민 민원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자체 이관이 바람직한지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들쭉날쭉한 공시가격으로 인해 지자체와 한국감정원에는 이의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당수는 공시가격 인하 요청이다. 마포구의 경우 지난해에는 개별주택에 대한 의견접수가 한 건도 없었는데 올해는 90건 넘게 의견접수가 들어왔다.

마포구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가격을 재산정해달라는 의견접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연남동, 서교동 등 다양한 동에서 이의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류로 접수 중이라 정확한 건수는 집계를 해봐야겠지만 예년보다 이의신청이 증가한 것은 분명하다. 일단 예년보다 문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의견접수는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