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4.17% 뛰면서 12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들이 많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비롯해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 등 외곽 지역까지 공시가격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서울에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은 모두 21만9862가구로, 작년(14만807가구)에 비해 56.1% 급증했다. 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절세를 위해 급매물 처분이나 증여 거래가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초고가 주택 보유세 상한선까지

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에서는 고가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보유세가 연간 인상 상한선(50%)까지 오르는 곳이 속출했고, 마용성 등 서울 비강남권 인기주거지역에선 중대형 주택 보유자 세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만 60세 미만 1주택자가 집을 5년 미만 보유한 경우를 가정해 예상치를 산출했다.

서울 인기 주거지역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보유세는 대부분 상한선까지 뛸 전망이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면적 244㎡의 올해 보유세는 약 6899만원으로, 작년(4746만원) 대비 50% 뛰었다. ‘삼성동아이파크’ 전용 269㎡ 보유세는 작년 4200만원에서 올해 6098만원으로 1.5배 뛴다.

2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중에서도 보유세가 상한선까지 오르는 사례가 많았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의 올해 보유세는 약 954만원으로, 작년(659만원) 대비 295만원 정도 오른다. ‘용산푸르지오 써밋’ 전용 189㎡는 작년엔 보유세를 약 596만원 냈으나 올해는 약 868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9억원으로 오른 집 부담도 커져

초고가 주택이 아니더라도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해 9억원 선으로 올라섰다면 보유세 상승폭이 가파르다. 그간 내지 않던 종부세를 새로 내야 하는 까닭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올해 추정 보유세는 908만2896원으로, 작년(634만6464원)에 비해 43.12% 뛸 전망이다. 서울 비강남권에선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가 공시가격 9억원을 넘기면서 보유세가 47.13% 오른다. 작년 공시가격은 8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0억원으로 한 번에 2억원 올랐다.

“6월 1일 이전에 팔자”

주택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면 6월 1일 이전에 거래를 마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세금 납부자와 납부액이 결정된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납부(부과) 시기는 건물 재산세가 7월, 토지 재산세 9월, 종부세는 12월이다. 예를 들어 주택 소유자인 A씨가 6월 1일 후 B씨에게 집을 팔면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는 A씨가 내야 한다. 해마다 6월 이전으로 잔금 지급일을 당겨 세금을 피하려는 거래가 나오는 까닭이다.

다주택자 매물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는 올해부터 세 부담 인상 상한선이 기존 150%에서 최대 300%까지 급상승해 세금도 늘어난다. 정부는 올해부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 다주택자가 실거주용 주택에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받으려면 2020년까지 나머지 보유 주택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도 관건이다.

양도세 부담 커 매각 신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내놓은 경우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단지 대부분은 집값 급등으로 인한 시세 차익과 양도세 부담이 보유세 인상분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면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3억88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올라 보유세는 지난해 80만8320원에서 올해 88만3440원으로 7만5120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라도 보유세 인상분보다 양도세가 훨씬 큰 경우도 있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69㎡는 올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유세가 작년 254만7000원에서 올해 382만원으로 약 130만원 뛴다. 집을 매각해 양도세를 내기보다는 보유세를 내는 편이 나은 상황이다.

부부간 증여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다음달까지 매매 대신 증여를 통해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돌리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하는 이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에 공개된 공시가격은 예비 열람안이다. 오는 4월 말까지 증여를 서두르면 작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할 수 있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주택 등기 후 부과되는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종부세는 가구가 아니라 개인별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12억원인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50%씩 지분을 나누면 각각 6억원만큼의 주택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각각 1주택 보유자라면 종부세를 아예 피할 수도 있다. 각자 공시가격 6억원까지는 종부세가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세대를 구성할 수 있는 자녀에게 증여하면 종부세와 함께 양도소득세도 줄일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