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와는 정반대 전략
"사실상 버릴 때까지 AS
고객이 찾아오게 만든다"
한샘이 다음달부터 가구업계 최초로 10년 품질보증 프로그램과 사전점검 서비스를 시작한다. 프리미엄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가 그 대상이다. 이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김덕신 한샘 전무(키친바흐사업부장)를 만나 한샘의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찾아가는 AS 서비스, 국내 최장기간 품질보증 시스템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위치를 굳히고, 키친바흐사업부 매출을 전년 대비 30%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접수하지 않아도 AS 해준다
한샘이 내건 모토는 ‘키친바흐, 10년의 약속’이다. 무상 AS 기간을 2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갈라지거나 휜 문짝, 각종 오염, 벗겨진 시트지 같은 하자를 10년간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전무는 “‘10년’은 새 부엌가구를 들이고 다음 부엌가구로 교체하기까지의 기간을 평균 내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한 번 구입하면 버릴 때까지 AS를 책임지겠다는 얘기다.
가구업계 최초로 ‘사전점검 서비스’도 함께 한다. 렌털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제품 점검을 나오듯 AS를 신청하지 않아도 한샘의 전문기사가 시공 후 6개월, 1년, 3년에 한 번 방문해 가구를 보수해준다.
서비스 출시를 위해 한샘은 AS 관련 빅데이터를 전부 분석했다. 그는 “시공 후 6개월, 1·3년이 지난 뒤 더러워진 후드필터나 자주 막히는 배수구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소비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부분을 소비자가 접수하기 전에 먼저 가서 해결해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서비스에는 수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김 전무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발견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 좋은 회사는 ‘영업과 AS가 필요 없는 회사’”라며 “광고가 아니라 키친바흐를 써보고 만족한 고객이 옆 사람한테 입소문을 내주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한샘은 100여 명의 키친바흐 전담 상담직원을 별도로 선정했다. 제품 지식, 부엌가구에 대한 설계력이 있는 직원들에게 ‘키친바흐 근무자격증’을 지급했다. 한샘의 AS 직원 중 성적 상위 10%를 키친바흐 전담팀으로 구성했다.
“2021년 1조 사업부로 키운다”
올해 한샘은 사업부 이름을 키친앤바스(KB)사업부에서 키친바흐 사업부로 바꿨다. 브랜드를 사업부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 2006년 첫 출시 이후 키친바흐 제품은 8만여 개가 팔렸다.
한샘은 프리미엄 주방 시장을 독일 불탑, 폭앤폴 등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을 때 키친바흐를 내놨다. ‘한국적인 프리미엄 주방가구 디자인’을 내걸고 점유율을 높였다.
김 전무는 “한국인 키에 맞는 가구 높이, 음식을 조리할 때의 동선 등을 세밀하게 연구해 제품에 적용했다”고 했다. 친환경 최고 등급인 슈퍼E0 원목을 썼고, 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수분율을 8% 함유한 목재만 사용했다. 하지만 고급 빌라 건축업자들은 분양 광고를 위해 한샘 대신 불탑이나 폭앤폴 등을 선택했다.
김 전무는 “언제부터인가 고급빌라 입주 고객들이 불편한 외제 가구를 떼어내고 키친바흐를 들여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입소문을 타고 2014~2016년 키친바흐 매출이 급상승했다. ‘맨하탄’ 시리즈는 3000세트가 넘게 나갔다.
키친바흐 사업부는 올해 매출 30% 증가를 목표로 잡았다. 김 전무는 “장기적으로 2021년 1조원 매출 사업부로 키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는 5월 프리미엄 욕실 브랜드인 ‘바스바흐’를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김 전무는 또 “올 하반기엔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부엌가구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