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감면 규모가 올해 4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국세감면액을 지난해보다 5조5000억원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세 수입과 국세감면액을 더한 금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13.9%로 국가재정법상 한도(13.5%)를 초과하게 됐다. 국세감면율이 법정 한도를 넘는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국세감면액 급증의 ‘주범’은 근로장려금(EITC)이라고 한다. 일정 소득 이하 근로자에게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되는 EITC는 지난해 1조3000억원에서 올해 4조9000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확대 편성됐다. 대상 가구도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가구의 17%에 해당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줄자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 때 EITC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세감면은 특정 분야나 계층에 대한 지원·육성, 소득재분배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제도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문제는 올해 정책 부작용을 메우는 데 돈을 쏟아붓느라 법 규정까지 위반하며 국세감면액을 크게 늘렸다는 데 있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나라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이런 식으로 세금 감면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세감면 규모가 크게 늘었음에도 기업에 대한 총 감면 규모는 오히려 1000억원 축소시켰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투자촉진·고용지원을 위한 감면액이 작년보다 7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3000억원 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 연구개발(R&D) 관련 감면도 2년 연속 1000억원 삭감했다. 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며 기업활동을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기업 세부담을 늘린 것이다.

정책 부작용 ‘땜질’이 워낙 급하다 보니 경기 부양에 필요한 투자나 고용을 위한 세금 감면에는 눈을 감고 말았다. 주요국들이 모두 법인세를 내릴 때 ‘나홀로’ 올리더니 세금 감면에서조차 기업을 외면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제조업 활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